지난 25일 저녁, 분명 쫓겨난 이홍식 전 이사장이 학교에 와서 상임이사실 캐비넷을 모두 봉인해 버렸다고 한다. 월요일 출근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상임이사는 더 이상 전 이사장이 출입할 수 없도록 이사장실 출입문도 추가로 봉인해 당분간 이사장실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버지 이인관은 북간도 명천 출생으로 일본유학 후 함경북도 청진 철도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장단중학교, 경기공고, 성동고, 경기공업전문학교 교장을 지냈다. 1965년 30년 교직 생활을 정리하며 충암학원을 세운다. 초대 이사장은 어머니 정쟁금 씨다. 1969년 240명으로 개교한 이듬해에 아버지 이인관이 세상을 뜨고 1974년 두 번째 충암학원 이사장이 된다. 

이 글의 주인공은 이홍식 전 충암학원 이사장이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이사장 자리에 올라 그 뒤로 44년간 충암학원을 쥐락펴락했으니 그 세월이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아들 이태건이 이사장 자리에 오르고, 큰아들 이태인은 학원장이란 이름으로, 딸 이난경도 이사장이 되니 그야말로 가족이 운영하는 족벌사학이란 말을 피하기 어렵다. 며느리는 교감으로 근무하고 손주들은 충암중고 재학생이니 이 곳이 교육기관으로 제대로 돌아가는 곳인지 의심을 피할 길이 없다.

결국 횡령, 급식비리, 이사회 파행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과오가 수 십 년 간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 만 명에 달하는 충암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와 선생님들에게 돌아갔다. 

그런 충암학원에 새로운 이사진이 파견됐다. 학교정상화라는 무거운 책무를 맡은 임시이사들이다. 새로운 이사장은 박거용 상명대학교 교수로 1980년대 말부터 교육운동을 하면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등에서 활동하며 교육개혁에 앞장섰다. 2002년부터 친환경무상급식활동을 해 온 이빈파 씨가 상임이사를 맡아 충암급식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기대된다. 

충암학원 두 번째 이사회가 열리던 날, ‘사립학교바로세우기 은평연대’에서 함께 활동하는 주민들이 꽃다발을 들고 학교를 방문했다. 새로운 이사진을 환영하고 충암학원 정상화를 위해 힘써주길 희망해서다. 이들은 지난 십 년 가까이 충암학원의 문제를 알리고 정상화를 위해 힘을 보태온 은평주민들이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사장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열리고 있었다. 새로운 충암학원 이사들이 학교를 찾아 두 번의 이사회를 하는 동안 이사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측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이사장실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다. 적반하장은 계속되었다. 지난 25일 저녁, 분명 쫓겨난 이홍식 전 이사장이 학교에 와서 상임이사실 캐비넷을 모두 봉인해 버렸다고 한다. 월요일 출근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상임이사는 더 이상 전 이사장이 출입할 수 없도록 이사장실 출입문도 추가로 봉인해 당분간 이사장실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언제쯤 되어야 충암의 문이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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