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길 끝까지 가고 싶었다
길을 따라
오지 않는 것들
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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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기차를 타면 얼마 못가 내렸다. 기차는 나를 두고 어디로 가는지 가슴을 때리는 쇠바퀴 소리만 남기고 멀리 사라졌다. 시골역. 반짝이는 철로에 귀를 대면 귀를 간지럽히며, 기차는 보이지 않았지만 기차소리가 들려왔다. 기차가 가는 곳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취리히 호수 다리 양 켠. 그로스뮌스터 사원과 프라우뮌스터 사원 사이 출근하는 사람들 너머, 철길과 찻길이 햇살을 받고 빛났다. 그 길을 바라보다 어릴 적 철길 위로 점점이 사라지는 기차가 떠올랐다. 스위스까지 왔지만 길은 여전히 끝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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