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가 저무는 시간 5

필요한 물건이 있어 들렀던 다이소,
이젠 3층짜리 스케일이 되어버려서
뭐 하나 사려면 꽤 들여다 봐야 한다.
천 원짜리 2천 원짜리 물건들의 유혹은 꽤나 도전적이다.
있으면 좋을 거 같은 물건들이 어느덧 장바구니에 들어선다.
이곳에는 물건을 정리하느라 늘 바쁜 직원 아주머니와, 
그 바쁨을 뚫고 물건의 위치를 물어야 하는 손님의 모습이 겹친다.
플라스틱이 내뿜는 화학 냄새에 눈과 코가 시리다.
딱히 안 사도 되는 것을 골라내고서야 긴 계산줄을 빠져나온다.

뭐 하나 사는 게 참 고역스럽다 생각할 즈음,
저만치 서 있는 만물상 트럭이 꽤나 생경하다.
바구니, 소쿠리, 망치, 모기약, 때타월 등등
1.5톤 트럭에 온갖 생활 물건이 빼곡히 넘친다.
젊은이들이 빠르게 흐르는 번화가에서,
유유히 단골 손님을 맞고 필요한 걸 찾아주는 모습.

나도 저기서 살 것을...,
최저가를 약속하는 큰 매장이 다가 아니라는
세운상가 사장님들의 목소리가 맴돈다.

<작가소개>

그림 5년차, 자취 10년차. 살림에 재능 있음을 더 확신하고 있는 요즘이라 주부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올해 그려둔 작업을 묶어 그림집 <아직, 해가 저무는 시간>을 출간하였습니다. 일상과 사회를 보는 호흡을 이어 은평시민신문에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창작은 말을 거는 행위. 아직 순수를 간직한 사람들에게 그림과 글로 말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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