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 중삼아!

너희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 진로 및 직업체험 교육을 위한 자유학기제가 확대 실시되면서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학교가 많았지.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희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배우게 교과서가 문․이과 융합으로 바뀐다는 발표가 있었지. 2년 전 일이니까 기억이 날거야. 

2015년 9월 23일 당시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한다”고 발표하면서 “통합사회․통합과학 등 문․이과 공통 과목 신설과 연극․소프트웨어 교육 등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 교육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었지. 그러면서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별 핵심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적정화하고, 교실 수업을 교사 중심에서 학생 활동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자부하기도 했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너희들이 고등학교에서 배울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처음 시행하는 2021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시안을 2017년 5월말까지 발표하고, 이후 의견 수렴을 거쳐 2017년 7월까지 확정하겠다고 발표했어. 

그런데 지난 3월 9일 촛불민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면서 2021학년도 수능시험 절대평가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8월 10일 교육부는 3년 예고제 등을 이유로 8월 31일 확정․발표할 「2021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시안」을 공개했어. 주요 내용으로는 문․이과 융합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을 새롭게 도입하여 실시한다는 것을 비롯해, 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의 최대 응시 과목수를 2과목에서 1과목으로 줄이면서 과학탐구 영역의 Ⅱ과목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과 수학 영역은 현행과 동일하게 ‘가/나’형으로 구분하여 실시한다는 것 등을 담았어. 그러면서 수능시험 절대평가를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만 실시한다는 1안과 전 영역에서 실시한다는 2안을 가지고 네 번에 걸친 공청회를 열겠다고 했었지. 이후 수능시험 절대평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얼마나 뜨겁게 일어났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알거야. 

하지만, 8월 31일 교육부는 너무 쉽게 ‘수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어. 그것도 그 동안은 수능시험만으로 이야기했던 것에다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 및 대입정책 등을 포괄하는 ‘새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는 것을 추가하면서. 2021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은 절대평가 시행 범위가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너희들이 고등학교에서 배우게 될 ‘2015 개정 교육과정’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만약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에 계획대로 시행한다면 너희들은 ‘교육과정 따로, 수능시험 따로’로 대학입시를 치르는 첫 세대가 되어 적지 않은 혼란과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싶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사고․외고를 폐지한다는 것 때문에 진학 고교를 놓고 마음고생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교육과정과 수능시험을 따로 본다는 것 때문에 또다시 마음고생을 시키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무겁네. 교육부가 너희들을 조금만 더 생각해준다면 교육과정과 수능시험이 일치하도록 2015 개정 교육과정도 수능시험 개편처럼 1년 유예하는 것이 옳다고 봐. 

그렇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해. 수능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는 수시 모집에 크게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능시험을 대비하지는 않잖아. 특히 지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나 수능시험 개편보다 어느 고등학교로 진학할 것인지를 확정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니가 싶어. 적성과 장래 진로를 잘 생각하고 희망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해. 교육부가 수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한 것에 대해 볼멘소리는 하더라도 스스로 너무 예민해지지는 않았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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