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소중한 그림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바람이 볼을 스치면 나는 봄꽃들을 그릴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아직 바람은 차갑다. 그러나 창밖으로 내리는 따스한 빛은 봄의 들판을 깨어나게 한다. 이미 나의 마음은 봄이 가득하다. 노란 수선화, 분홍의 진달래, 하얀 목련, 개나리, 철쭉, 흩날리는 벗 꽃, 보라의 제비꽃 등 피어나는 꽃들을 예쁘게 표현 해보고 싶어진다. 부지런히 야외 스케치를 다녀야 한다.   

 4월이 되면 제일 먼저 만나러 가는 꽃이 노란 수선화이다.  매년 4월이 되면 ‘카퍼하우스’가 있는 곳으로 수선화를 만나러 간다. 그림그리기에 한적하고 편안해서 매년 가는 곳이다. 주변에 낮은 산과 들이 있어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황토 담장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게 피어 있던 진달래! 바람에 흔들리는 그 모습에 반했다. 

한동안 그 담장 곁을 떠나지 못했다. 야트막한 황토 담장에서 고향을 떠올렸으며 살랑살랑 흔들리는 분홍의 꽃잎에서 고향의 향기가 전해지는 듯 했다. 나를 끌어당겼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고향의 봄이 그냥 그곳에 있었다.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사진을 찍었다. 담장 옆에 서서 스케치 하고 황토 담벼락과 진달래꽃을 색으로 표현해 보았다. 진달래꽃은 처음 그려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진달래를 포착하여 스케치하는 일이 진달래를 처음 그려보는 나로서는 다소 어렵기도 했지만 여러 번에 걸쳐 그렸다. 오늘은 수선화보다 진달래에 꽂힌 날이었다.

 봄이 되면 분홍색 꽃들을 표현하기 위해 ‘오페라’라는 색의 물감을 사용하는데 진달래의 하늘거리는 꽃잎은 ‘오페라’에 물의 농도를 연하게 하여 표현했다.  꽃 수술은 ‘오페라’와 ‘블루’를 섞어서 진하게 표현했다.  황토담장의 거친 흙의 표현을 위해서 얼룩이 잘 생기는 ‘번트시에나’ 색을 선택하였으며 소금과 물을 뿌려서 표현했다.  꽃을 먼저 피워내고 난 뒤 잎사귀를 피우는 진달래의 잎눈은 연한 그린으로 물오른 가지의 표현은 생생함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로즈와 블루, 그리고 그린을 조금 더해보았다.

 통꽃이지만 끝으로 갈수록 펼쳐지는 다섯 잎은 따로따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꽃송이가 몇 개씩 모여서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표현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한 번에 꼭 맘에 들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한 부분이 맘에 들면 또 한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려보지만 똑같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맘에 드는 하나의 그림을 만나려면 서너 장은 그려야 한다. ‘황토 흙 담장과 진달래’ 작품도 여러 번을 그린 뒤에야 완성되었다. 

 이 그림은 갈현동 상상골목에서 열린 재미난장 아트마켓에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지금은 가장 마음을 빼앗겼던 살림 운동센터 ‘다짐’의 운동처방사 ‘데조로’의 집에 걸려있다. 나를 만나면 가끔 그림 잘 보고 있다고 소식을 전하는 데 말만 들어도 반갑다. 그림을 충분히 감상할 사이도 없이 떠나보내게 되어 아쉬웠는데 소식을 전해주니 정말 고맙다. 마치 시집보낸 자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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