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면

지난 11월 9일 현장실습을 나갔던 특성화고의 학생이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놀란 정부는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하고 있지만 사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올 초 LG U+에 현장실습을 갔던 학생은 인격적 모독을 가장 많이 받는 해지방어부서에 배치되어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광주에서는 유명맛집에서 청소년들을 고용하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성희롱까지 하여 고용노동청에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식당알바에서 손님이 남긴 고기를 반찬으로 먹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가 되었다.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3에서 고3에 이르는 학생 중 25%가 아르바이트를 경험하였으며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학생들의 비중도 31.9%에 이르렀다. 

 2017년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확대되었다. 은평구에서도 2015년 2016년 은평노동인권센터와 토닥토닥 모임을 중심으로 조금씩 진행되던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교육이 특성화고 뿐만 아니라 일반계 고등학교, 중학교까지 진행되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2시간짜리 1회성이 아니라 3일 연속으로 진행되기도 하였고, 지역 내 단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참여교육이 이루어졌다. ‘숨! 쉼, 그리고 나의 이야기’ 이라는 청소년노동인권캠프도 지역 내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황리에 잘 치러졌다.  

 그러나 아직도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미흡함과 부족함을 느낀다. 학생들을 만날 때, 교육내용에 관심 없이 쓰러져 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쓰러움과 섭섭함도 느끼기도 하고, 자유롭게 수업하기로 하였지만 떠들기만 하는 학생들을 볼 때 문득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열심히 준비해간 교안들을 무심하게 장난만 치고 있는 학생들을 대할 때에는 나의 무능함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스스로 인권을 지키기에 소홀해서는 무신경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규율을 말하며 호령하는 교사들의 권위적 태도에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교육을 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늘 부족감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는 비인권적인 태도로 혹시 오늘도 교육하면서 잘못된 것은 없었을까, 학생들을 어리다고 무시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알고 말하는 것이 혹시 강요로 들리지는 않을까, 기존의 교사들이 보여주는 모습과 똑같지는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제도적인 문제도 많다. 은평 지역 내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관련 조례도 없다. 행정기관이나 지역 내 어른들은 청소년을 노동인권의 한 주체로 보기보다는 지도해야 할 대상으로 어리게만 보고 있다. 노동인권교육의 내용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문제제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육의 일회성이 문제이다. 잠깐 2시간 교육을 한다고 이들의 인식이 전환될까라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교과과정으로 포함되어 노동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프랑스는 초등학생들이 노동조합 모의교섭을 하고 있다. 일회적인 교육의 내용은 근로기준법에 기초한 내용으로 국한되기 쉽다. 노동조합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인지, 노동3권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노동조합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의 현장에서 늘 희망을 본다. 노동이라는 단어에 ‘힘들다’, ‘거지같다’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학생들이 ‘나를 실현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하고 노동자에 대해서도 ‘힘들게 돈 버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바뀌는 것을 보고 있다. 수업시간에도 처음에는 관심 없는 척 장난치다가 노동수첩을 뒤적이며, 슬쩍 슬쩍 의견을 내고 우리가 할 일 찾기 작업에서 ‘식당에서 애쓰시는 조리사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하기’를 써내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본다. 최저임금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에 질문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청소년들이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면, 비록 일회적이지만,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조그마한 울림에 불과하지만, 험악한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역 내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청소년에 대해 혹시라도 어리다는 이유로 노동인권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는지, 임금을 덜 줘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직은 배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해 아직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힘든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근로기준법에 의한 권리보호는 괜찮은데 노동조합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노동인권교육은 어른도 필요한 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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