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남석씨는 최근 한숨이 깊어졌다. 십여 년 동안 운영하던 문구점 매출이 하루아침에 십분의 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출이 급감한 건 인근에 대형문구점이 들어서면서부터다. 학생들 등하교길에 자리 잡은 대형문구점이 도매가격으로 물건을 팔며 피라미 손님까지 싹쓸이 해버린 것이다. 한 순간에 수익은커녕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남석씨가 문구점을 시작한 건 지난 2006년부터다. 교육행정공무원으로 30년 동안 일하다 퇴직한 뒤, 연서중학교 앞에 조그만 문구점을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소액이지만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노후를 학생들하고 함께 하고 싶었다. 

처음해 보는 일에, 거의 잡화상 수준의 동네문구점을 운영하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도매상을 찾아다니며 물건을 구입하고 부부가 함께 운영하며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씨는 “고기잡는 그물을 길목에 두고 작은 피라미까지 다 잡아가는 꼴”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속상한 마음에 여기저기 호소를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 같이 경쟁업체끼리 문제를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씨처럼 골목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다 대형업체 입점으로 갑자기 문을 닫게 되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골목상권을 지키는 대책과 제도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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