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김관홍 잠수사를 기억하며

구산사거리 근처에는 ‘꽃바다’라는 꽃집이 있습니다. 두 뼘 정도의 간판을 가게 모퉁이에 달고 골목에 자리 잡은 이 꽃집은 작고 평범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특별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자진해서 수중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트라우마로 인해 2016년 세상을 떠난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 김혜연 씨와 세 아이들. 이 네 식구가 사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꽃바다에 오는 사람들 중 스스로를 ‘은평친구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작업이 많은 날 모여 포장작업을 돕고 때로는 아이들과 밥을 먹거나 같이 놀며 어떤 이는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김관홍 잠수사와 ‘은평친구들’의 인연은 지난 201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은평갑 지역 후보로 공천을 받은 박주민 의원의 수행비서와 자원봉사자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세월호와 박주민을 매개로 금세 친해지게 되었고 자주 만나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총선이 끝난 지 두 달여 만에 김관홍 잠수사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전날까지도 함께했던 은평친구들은 큰 슬픔과 매일 어울리면서도 그의 아픔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남은 가족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었고 꽃바다가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은평친구들은 꽃바다에 일손이 필요할 때나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곤 합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고 엄마가 있는 가게 옆에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며주기도 하였고, 12월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양꼬치를 먹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가기도 했습니다. 한없이 착하고 밝은 아이들이 지금처럼 잘 자라길 은평친구들은 늘 응원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사랑 속에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함께 찜질방 가기로 한 약속도 지켜야 하고 열심히 수영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여름에는 바닷가에도 놀러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꽃바다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꽃바다 070–8840–0818  /  서울 은평구 갈현동 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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