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무소속 출마 준비하는 대조동 이주명 씨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계기되길”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매주 일요일 염리동 독립책방에 모여 선거전략 등에 관해 토론하고 공부한다.

광고 회사 직원, 전직 기자, 책방 주인, 학원강사, 인디 뮤지션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 이후 직접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청년들이 정치인이 되어보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이하 구프)다. 평균 나이 30대의 청년 10여 명은 지난 1월부터 매주 주말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지역 구의원 출마, 그리고 당선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잘 뽑는 대신 잘 뽑혀보자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구프’의 시작은 작은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구프’를 처음 기획한 독립책방 사장 김종현 씨는 촛불집회 이후 광장에서 만들어 낸 변화의 감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 참여의 형태가 특정 정치인 지지에만 그치는 것을 아쉬워했다. 독립책방 주인은 직접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궁리했고 책방을 자주 찾는 단골 손님들에게 ‘구프’ 기획을 설명했다. 그러자 뜻을 함께하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들과 함께 지난 1월 구프 기획을 소개하는 ‘오늘밤 구의원은 나야나’ 설명회를 열었고 SNS를 통해 취지에 공감하는 청년들이 ‘구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구프’가 지향하는 가치는 어렵게 연구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지식이 아니다. 투표를 통해 정치인을 지지하는 수동적인 정치 참여 자세에서 직접 선거에 출마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려는 것이 ‘구프’가 지향하는 가치다. 구의원 출마 조건이 25살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60일 이상 관할 구역 안에 거주하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는 것처럼 정치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목표는 단순히 선거에 출마해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운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선이 되어 직접 정치를 하는 것에 두고 있다. 책방 단골이자 대조동에서 ‘구프’를 통해 구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이주명 씨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모든 것이 정치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기 지역 구의원이 누구이고 그 구의원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듯, ‘구프’에 참여하는 청년들도 대부분의 시민과 비슷했다. 그래서 ‘구프’ 청년들은 지방자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또한 김영배 성북구청장과 오진아 전 마포구의원으로부터 구의원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권한과 의무가 주어지는 지 등 지역속의 현실정치를 공부했다.

'힙평구'를 꿈꾼다
대조동 구의원 출마 준비하는 이주명씨

대조동 구의원 출마 준비하는 이주명씨

‘구프’를 통해 선거에 나서는 대조동 주민 이주명 씨는 36살 남성이다. 8년째 광고회사에 다니는 그는 대조동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은평구에서 나왔다. 한때 정치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정의당 당원이 되어 정치후원금을 냈지만 활동을 하지 않았다.

촛불혁명 이후 이주명 씨는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구프’에 참여하게 됐다. 이 씨는 “대한민국에서 19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갖고 25세 이상이면 기초의원이 될 수 있는 피선거권이 있다”며 “자격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정치를 한다는 것이 정치혐오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출마를 결심한 이주명씨는 슬로건으로 ‘힙한 은평 혁명’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은평구로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됐지만 동네가 주거타운으로만 여겨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참에 내가 한 번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화예술인들이 저렴한 주거비로 동네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분기별로 골목길 문화 축제 등을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이를 통해 문화적으로 성장하고 소비도 창출되는 동네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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