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등학교 이경석 교장 선생님

시인이자 마라토너이기도 한 이경석 선생님은 작년 10월 충암고 교장으로 부임했다. 충암에 오는 건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30년 교직생활 동안 그는 늘 좀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해 왔다. 교정에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만날 때마다 “아들, 별일 없었어?”, “아들, 안녕?” 하며 따뜻한 인사를 끊임없이 건네며 교육이란 오로지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임을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너무 열악한 학교시설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정상적인 학교교육도 가능한 것이라며 그동안 사립학교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학교가 관리되지 않는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가고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충암고 교장으로 오게 된 계기는?

작년 10월 공모교장으로 충암고에 부임했다, 언론을 통해서 충암에 많은 변화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도전적인 삶을 즐기는 편이라 지금까지 살아왔던 경험이 충암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와서 보니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움이 크다. 교육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한데 충암은 그것 외에도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개선이 너무 필요한 상황이다. 낡은 건물과 시설 등은 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육자로서의 경력은?

89년부터 교편을 잡기 시작했고 대건고, 성심여고를 거쳐 문태중·고등학교에서 교장을 역임했다. 문태고등학교도 일 년 동안 교장 공백상태여서 조직이 헤이해진 상태였는데 선생님들과 화합하고 함께 하면서 안정적인 조직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성심여고에서는 17년간 교직생활을 하면서 외부강의, 신임교사연수 등의 외부활동을 많이 하면서 학교 밖 세상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그런 과정이 저를 키우고 단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본다. 

평소의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디트로이트의 빈민가 2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30년이 지나 다른 학자가 조사를 하니 200명 중 175명의 아이들이 사회 지도자 계층에 다 포진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원인을 찾아보니 어느 한 선생님 때문이란 걸 알았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저는 아이들에게 해 준 것이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아이들을 사랑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교육의 핵심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맺음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관계를 맺는 활동이 바로 교육이고 관계는 바로 사랑에 기반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암고에 와서 보니 어떤지

사립학교 중에 건강하지 못한 사학에 대한 사회적 통제, 법적통제가 굉장히 한계가 있다. 충암이 저에겐 5번째 사립학교인데 충암에 안 와봤으면 우리나라 사학법인 중에서 이런 사각지대가 있었는지 몰랐을 거다. 사학법 개정 아니면 서울시교육청의 관리감독권 강화 등으로 우리 아이들이 상처받거나 홀대받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충암고의 교육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교육과정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왜냐면 그런 변화를 도모하기에 앞서 지금은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라고 본다. 기본적인 기반은 조직의 안정과 최소한의 물리적 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선 구성원들이 충암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높아져야하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반과 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 충암에 와서 충격받은 게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물리적 기반이 너무 허약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물리적 기반이 허약하다는 건 학교 시설을 말하는 것인지?

시설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갖춰져야 할 기본 시설이 없는 게 있다. 교육을 심리적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예체능 활동, 비교과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근데 충암고에는 미술실도 없고 음악실도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체육관도 없다. 인문계 고등학교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즉 심리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 이런 거부터 갖춰야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충암은 건물이 너무 낡아서 위험하다는 평가가 있다.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이 학교안전문제다. 지난 겨울 추위가 극심하면서 모든 수도 파이프들이 다 동파되고 여기저기 수도관이 파열되어서 물난리가 났다. 학교가 너무 위험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지 않나 싶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시설에서 아이들을 지내게 할 순 없겠다 싶고 그래서 교육청과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기는 하다. 학교시설 신축이 아주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학교 개축을 하게 되는 것인지

리모델링에 150억 정도 든다면 개축을 하면 두 배 정도 350억 정도 든다. 리모델링을 하는 비용은 소모품이 되는 건데 결국 얼마 후에 다시 지어야 하니 세금 낭비라고 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로 정밀진단을 했는데 D등급을 받았고 긴급하게 구조안전보강공사를 해서 2015년도에 C등급으로 등급만 올려놓은 상태다. 사실 응급조치다. 누가 보나 이 교육시설이 교육환경이 아니라고 그냥 느낄 수 있다. 너무 안타깝다. 

개축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2016년도 말에 급식실 신축을 위한 설계를 했다. 그 급식실 위에 교실을 짓고 아이들이 이 곳으로 이동하고 낡은 건물을 부시고 다시 짓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교육청에서는 충암이 공립이 아니어서 비용을 다 지원해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청에서 70%, 법인에서 30% 대응투자를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학교 법인상황이 30% 대응투자를 할 여건이 안 된다. 저희들이 모금활동을 해서 대응투자를 해 얄 거 같다. 

충암고가 지역, 마을과 연계할 계획은?

학교는 고립된 섬이 아니다. 마을과 다른 유관기관과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최근 서울시 도시재생 희망지사업의 다래마을 주민모임과 MOU를 체결해서 우리 아이들이 노력봉사도 할 수 있고 재능기부를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충암에서는 현재 개축소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 충암발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충암발전위원회에서는 동문과 지역인사와 학교 교원들이 모여서 개축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활동 등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학교경영의 협력자의 중요한 축이 동문이다. 4만 여명의 동문이 있는데 실제 동문들의 활동이 생각보다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되고 학교와 동문의 관계개선과 확대 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들하고 아이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활동은?

학교가 정직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게 된다. 신뢰를 잃게 되면 힘을 잃고 협력자들이 떨어져나간다. 충암은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신뢰회복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그 복판에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있다. 신뢰를 잃는데 학생과 학부모가 역할을 한 게 아니고 결국은 법인의 문제였다. 그런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받고 그로인한 상실감과 참담함이 굉장히 크다. 이런 것들은 치유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자긍심은 개인적인 자존감 등과도 연결된다. 교육의 핵심은 자존감을 키우는 일이고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자존감을 키우는 책무가 교장인 제게 있다고 판단하고 신뢰회복프로젝트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 

임시이사체제 이후 학교는 어떤지, 구성원들이 갖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을 거 같다. 
작년 8월 7일 임시이사가 파견되었다, 임시이사회는 관리자들을 인사하는 임명권과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거, 그 두가가지 핵심이라고 본다. 그런 부분은 임시이사가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교장은 주어진 권한으로 책임을 갖고 경영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현재는 학교장의 권한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본다.

2015년도에 급식막말 사건, 급식비리 등으로 학교가 신뢰를 잃었다고 했는데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학교급식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충암급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방법은 급식시설을 개선해서 급식의 질을 높이는 건데 그건 현실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충암은 여전히 급식여건이 열악하다. 급식시설에 비해 식수인원이 많고 식당이 없어 교실배식을 하기 때문에 배식원들도 고용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급식단가가 충분치 않은 거 같다. 

충암고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제 모토가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이 되자’다. 떳떳하다는 건 도덕적 청렴성을 의미하고 당당하다는 건 자기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다. 우리 선생님들도 떳떳하고 당당하고, 아이들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성장하면 어디가든 어깨 펴고 고개 들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박은미 기자
사진촬영: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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