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어린이집을 통해 이제야 어른으로 자라는 느낌입니다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 욕하기 바쁘니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

재작년 대한민국 국민이 광화문에 몰려든 이유 중 하나인 최순실 씨의 딸이 SNS에 올린 짤막한 글입니다. 글의 내용만 보면 ‘그런 가 보다’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위의 말이 악마의 혓바닥처럼 소름이 돋습니다. 내 아이가 저렇게 남 등쳐먹고 속이고 도둑질해서 얻는 것을 능력이요 성공이라는 생각을 하는 어른으로 자란다면 저는 정말 참담할 거 같습니다. 

제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갔던 이유는 현 정부의 무능과 부패도 있지만 ‘정유라’ 라는 청년과 우리 사회의 일부 기득권층이 가진 능력 혹은 성공에 대한 가슴 답답한 무지함에 “OUT” 이라는 제 생각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글을 쓴다고 하자 남편이 ‘헉, 야매인데’ 하더군요. 살면서 남편이 가장 예리한 순간을 보네요. 사실 저는 무늬만 흉내 내는 야매 축에도 못 낍니다. ‘튀어나온 돌 정 맞는다’는 식의 메시지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면서 여태껏 살아왔고 오히려 그 ‘튀어나온 돌’ 에 대한 편견으로 그들의 메시지를 듣기도 전에 속단하고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늘에서 다민이와 규민이를 제게 맡겨 주기 전까지 그리고 ‘소리나는 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를 함께 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제가 살던 세계에서 이 공동체로 발을 넓혀오니, 이곳은 ‘공동육아’라는 큰 전제 아래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한 식구로 모여 있었습니다.

말도 많고 회의도 많고 모임도 많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여야 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공동체였습니다. 때로는 피곤하고 귀찮고 다 알 것 같은 뻔한 ‘너의 의견’ 과 너보다는 나은 ‘나의 의견’ 이 끊임없이 춤을 추듯 왔다 갔다 합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야 겨우 합의안이 나오는 매우 비합리적인 이 시스템 속에서 제가 배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너와 내가 함께 가야 하는 ‘우리’ 라는 것, 날 서거나 싸우지 않아도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 답답해 보이는 ‘너의 의견’이 귀를 기울이면 들리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다 커서 이것을 학습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소리나는 어린이집’에서 놀면서 익히고 있습니다. 

함께 놀고 함께 먹고 함께 울고 웃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남의 것을 도둑질하고 사기 쳐서 이룬 것을 ‘능력이나 성공’ 이라고 말하는 무지한 어른으로 자라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겠지요?

저는 소리나는 어린이집을 통해 이제야 어른으로 자라는 느낌입니다. 기존 세대들이 심어준 ‘내 의견’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나를 관찰하고 만나서 가꾸게 된 ‘내 생각’을 키워 나가고, 또 그것을 정 맞을까 두려워하는 침묵이 아니라 겸손히 표현해 갈 수 있는 담대함을 길러 나가는 중입니다.

저는 지금 이 공동체가 20년 전에 다진 ‘우리’, ‘함께’라는 토양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음에 소리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 아마(아빠 엄마 줄임말)들께 그저 무한 감사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20년간 배출된 그 건강한 싹수들이 광화문 촛불 사이에도 있었을 것이고, 지금 우리 아이들도 자기가 선 곳에서 자기 모양과 생각을 이웃과 어우러지게 표현하면서 이 세상을 밝힐 것을 생각하면 힘이 차오릅니다. 

 기쁨이 터져 나는 얼굴로 소리 지르고 웃고 떠들며 ‘함께’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능력이요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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