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만나는 황당취재기

“이메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니 질문지는 팩스로 보내주세요”

지난 16일 은평시민신문은 은평구의원에 출마한 34명의 후보자에 서면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다. 질문지를 보내기 전 출마자들에게 질문지를 보내도 되겠냐는 동의를 얻으며 이메일 주소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중 A후보자는 독특한 답변을 주었다. A후보자는 “이메일이 있긴 하지만 사용하지 않아 팩스로 질문지를 보내달라”는 것. 지난 시대의 산물로 일반주민들은 사용하지 않는 팩스로 질문지를 보내달라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A후보가 구의원이 된다면? 그 많은 의정활동 자료를 다 팩스로 받아볼 것인가? 어떻게 시민의 의견을 좀 더 많이 듣고 행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팩스’라는 말 앞에 몸과 마음이 한순간 얼음이 되어 버렸다. 

팩스는 은평구뿐만 아니라 전국 공공기관에 민원을 제기할 때 사용되고 있는 수단이다. 공공기관과 달리 기업이나 일상생활에서는 팩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를 더 많이 사용한다. 팩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팩스가 가진 불편성 때문이다. 팩스를 사용하려면 우선 팩스기가 있어야 하고, 전용 전화선을 확보하고, 토너와 종이를 꾸준히 교체 해주어야 하는 등 관리가 필요한 소통방식이다. 

그래서 팩스는 정부의 권위주의, 공공서비스의 높은 장벽을 상징하기도 한다. 팩스는 이미 시민들 손에서 멀어져 갔지만 유독 공공기관에서는 아직도 팩스 사용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신문사로 제보가 들어왔다. 구의회가 ‘의원의 의정활동비·수당 및 여비 지급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하려던 때였다. 제보자는 조례 개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입법예고 기간에 은평구의회 대표 이메일로 직접 작성한 의견을 보냈지만 조례는 이 주민의 의견이 첨부되지 않은 채 입법예고안대로 통과됐다. 의견 첨부가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은평구의회는 “입법예고기간의 주민 의견 개진은 규정상 공식적인 절차인 전화와 팩스로 의견을 제출해야만 한다”며 “이메일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6·13지방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후보자와 앞으로 당선되어 주민대표로 구정감시와 은평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일꾼인 구의원에게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후보자님·구의원님, 팩스로는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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