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자식과 숨을 쉬며 살아가고 싶은 부모의 마음

나무를 심다 보면 나무끼리 상생할 수 있는 간격이 있다. 나무뿐 아니라 모든 식물은 그들 나름대로 공존하기 위한 간격이 있고 그 간격은 아름다운 꽃을 피게 하고 좋은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런 간격이 사람한테도 필요하다. 부모 자식, 부부, 부모형제, 이웃사촌, 친구, 직장 등 세상 모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오래 좋게 지속시켜주는 게 간격 혹은 거리다.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고 넘어선 안 되는 선을 지키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같은 형제자매라도 서로 다른 간격이 있다. 하물며 타인과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친구라도 간격이 넓은 친구가 있고 좁은 친구가 있다. 물론 덜 친하고 더 친한 차이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친구 간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그 길이를 정해준다. 그런 간격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원활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관건이 된다.

그런 선을 지키기 힘든 게 가족이다. 부부, 부모 자식 사이는 참 어렵다. 그중에서도 부모 자식은 무선랜과 같다. 자식이 아무리 멀리 오래 떨어져 있어도 부모는 항상 자식한테 꽂혀 있다. 오히려 멀리 오래 떨어져 있을수록 부모 마음은 더욱 자식을 향해 달려간다. 건강한 자식도 그런데 하물며 건강하지 못한 자식을 가진 부모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지난 4월 2일 발달장애인 부모 약 200여 명이 청와대 가까운 곳에서 삭발식을 했다. 그깟 삭발식 좀 했다고 세상이 뭐 그리 달라지겠는가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삭발은 신체 일부를 떼어내는 일이다. 특히 여성이 삭발하는 건 일신의 영화로움을 포기하겠다는 강한 의지이며 절박함이다. 자식이 스무 살이 되고 서른 살을 넘어 사십이 되도록 부모 품에서 떼어 놓지 못하고 늙어가는 어미의 한숨소리를 외면하면 안 된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장애 자식과 숨을 쉬며 살아가고 싶은 부모 마음이 욕심일까?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