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만에 만들어지고 500년 걸려 썩는 빨대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이제 출근길이나 회의 장소마다 커피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일회용 컵과 빨대도 함께. 

물푸레 북카페(이하 물푸레)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일회용 컵과 빨대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6년 동안 버리지 않은 컵과 빨대의 수를 추측해 보았다. 빨대를 하루 평균 30개씩 사용한다면 한 달에 750개, 1년이면 9천개가 된다. 지난 6년간 물푸레가 버릴 뻔했지만 버리지 않은 빨대는 대략 5만 4천개이다. 물푸레 옆에 있는 생태연못에 5만 개가 넘는 빨대를 버린다고 상상해 보자. 지금 살고 있는 잉어와 물고기들, 오리와 새들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연못 생태계는 순식간에 쓰레기장이 될 것이다.

5초 만에 만들어지고 20분 동안 사용되지만 썩는 시간은 자그마치 500년이 걸리는 빨대. 게다가 빨대는 부피가 작고 여러 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하기도 어렵다. 일반폐기물로 버려지거나 소각될 수밖에 없다.

물푸레에서 ‘빨대없음, 일회용컵 안씀’ 캠페인을 6년 동안 이어오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았다. 엄마와 아이들이 많이 오는 카페라 아직 컵을 못 쓰는 아기들도 있고 입술에 우유거품이 묻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스 음료만큼은 빨대로 마셔야 맛이 있다는 사람들에게 우리 카페가 빨대를 쓰지 않는 이유를 섭섭하지 않게 이야기해야 했다.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전화번호를 받고 무상으로 텀블러를 빌려주었다. 언제든지 다시 올 때 반납하면 되었다. 쉬운 것 같지만 매번 테이크아웃 하는 사람에게 이 과정을 설명해야 했다.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냥 가는 사람도 있었다. 

카페 운영이 어려울 때는 남들 다 쓰는 일회용 컵을 써서 우리도 매출을 올려볼까 하는 고민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어렵게 지켜온 가치를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예쁘고 갖고 다녀도 새지 않는 반납용 텀블러를 많이 준비했다. 반납이 안 되는 텀블러도 있지만 그렇다고 일회용으로 돌아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푸레에서는 선거일에 투표하고 ‘텀블러를 갖고 오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무료로 주었다. 예전에는 텀블러를 안 갖고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대부분 텀블러를 가지고 왔다. 중국의 쓰레기 매입 거부를 시작으로 일회용품에 대한 반성이 커지고 있는 증거라고 본다.

우리의 눈앞에서 치워진 테이크아웃 컵은 얼마나 재활용될까? 재활용이 될 거라 생각하며 마음 놓고 쓰는 테이크아웃 컵은 5%정도만이 재활용된다고 한다. 빨대는 얼마나 버려질까? 매년 전 세계에서 800만 톤의 빨대가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매일 1000만개의 빨대가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버려지는 빨대에 대한 통계도 없다. 그저 바다거북이나 물고기, 고래가 빨대나 비닐을 먹고 죽었다는 소식을 접할 뿐이다.

은평의 기업들, 단체들, 매장, 개인들이 빨대나 일회용 컵, 비닐 등 한두 가지를 정해 불편운동을 함께 하기를 제안한다.

지금까지 물푸레의 불편운동은 빨대와 일회용 컵 없음에 동참하고 응원해 준 멋진 이웃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또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지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천할 마을 소식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통계와 수치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의 글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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