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이 삼킨 양말, 금개구리는 찾을 수 있을까

논에 거름을 주고 있다

모내기 후 1주, ‘뜬모’를 잡다

뜬모를 잡으러 갈까 말까 고민 좀 했다. 자리를 못 잡고 있는 뜬모는 보통 모내기하고 1주일 내에 정리를 한다. 날씨는 덥고 몸은 힘드니 가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 ‘모내기까지 잘 마쳤으니 정착을 했겠지. 이제 절반은 하늘과 땅과 벼의 생명력에 달렸으니 다소 문제가 있어도 강하게 버틸 거야.’라며 가지 않을 핑계를 떠올렸다.

그러다 몸보다는 마음이 편한 쪽을 택했다. 뜬모가 없다 해도 농부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주고 오면 좋겠다며 일을 줄이고 싶은 마음을 끝까지 놓지 못한 채 출발했다.

모내기한 지 1주째 토요일, 그 날도 햇살은 따가웠다. 9시쯤 김포 논에 도착했다. 모 상태를 보니 좋지 않았다. 논에 물을 대는 입구 쪽은 거의 물에 잠겨 있었다. 안쪽도 드문드문 잠기거나 뜬모들이 있었다. 격려만 하고 돌아갈 상황은 아니었다.

양말만 신은 채 논으로 들어갔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곳이나 상태가 안 좋은 곳에 다시 모를 꽂았다. 손끝에 닿는 흙과 물의 느낌은 좋았다.

물이 많고 논흙이 질어 발을 떼기 어려웠다. 쑥 들어간 발을 빼서 옮기는데 한쪽 양말이 없어졌다. 흙이 양말을 삼켜버렸다. 손을 넣어 양말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한쪽만 맨발로 작업하다 보니 다른 쪽 양말도 어느새 사라졌다. 나중에 한 짝만 남은 양말을 어찌 처리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논에 양말 한 켤레를 먹이고 뜬모를 잡았다. 일은 마쳤으나 물에 잠긴 모도 많았고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 모들도 있어 염려스러웠다. ‘다음에 왔을 때는 부디 건강하게 많이 자라있기를…. 자연과 벼의 생명력을 다른 농부들보다 더 많이 믿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렴.’ 게으른 농부의 소망을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모내기 후 4주, 풀 잡고 거름 주고

논에 밑거름을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내기 후에야 알았다. 모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문제였는데 양분까지 부족할 논에 웃거름을 주기로 했다.

모내기한 지 4주째 토요일. 농부 3명이 논에 갔다. 더 많은 이들이 갔으면 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바쁘다.

그날도 기온이 30도 이상 오른다기에 아침 일찍 움직였다. 텃밭에 들러 웃거름으로 쓸 유박 2포를 챙겼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텃밭에는 부지런한 농부 몇 명이 밭일을 하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에야 밭에 나타나 ‘주말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네’하며 의아해했던 나는 왜 그동안 밭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는지 답을 찾고 논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논들의 모는 한 달 전과 확연히 달랐다. 우리 논은 어떨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도착했다. 역시 흙과 생명의 힘은 강했다. 모는 걱정했던 것보다 잘 자라고 있었다. 옆 논보다는 덜 파릇했지만 그래도 4주 사이 쑥 자라있었다.

잘 자란 모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가 많이 자라 있는데 굳이 질소 거름인 유박을 줄 필요가 있을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누런빛을 띤 모도 있고 거름양도 많지 않으니 양분을 주기로 했다. 두 사람이 유박을 뿌리며 앞으로 나아갔고 한 사람이 논 밖에서 공급을 맡았다. 유박 냄새가 꽤 고약했다. 그것 빼고는 할만 했다.

문제는 풀이었다. 장마에 대비하려는지 논의 물을 빼놓아서 논바닥에 작은 풀들이 융단처럼 덮여 있었다. 도구를 사용해 논바닥을 쓱쓱 긁어주면 좋을 텐데 도구가 없었다. 결국 무식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양손을 도구삼아 논바닥을 긁었다. 허리도 아팠고 발을 빼려 할 때마다 흙이 잡고 놓아주지 않아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흙의 부드러운 감촉과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그래도 할 만한 일이라고 느끼게 해 주었다.

금개구리논에 등장한 금개구리

‘안녕? 네가 금개구리구나’

작업 중 처음 금개구리를 만났다. 우리가 모내기한 논에 ‘금개구리논’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었다. ‘누군가는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금개구리를 하루에 여러 마리 보았으니 이번 농사는 풍작이려나.’ 잠시 기대해보았다. 좋은 건 여럿이 보면 더욱 좋겠지. 아이를 동반한 몇 가족이 수생생물 관찰체험을 와서 우리처럼 금개구리와 만났다.

풀 잡기를 부지런히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같이 온 농부들이 오후에 일정이 있어 점심 무렵까지 끝내야 하는데 어림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논바닥에 풀을 1/3쯤 남겨두고 일을 접어야 했다. 물이 다시 채워지면 그 정도 풀은 괜찮을 거라는 핑계를 대며 게으른 농부는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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