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개혁부터 시작해야 행정 감시견제가 된다

2017년 1월20일 관악구의회 임시회의 모습. 주민들에게 회의를 공개하기 위해 2층 방송실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다. 관악구의회 제공

올해는 정보공개법이 제정된 지 22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13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정보공개법을 만든 나라입니다. 꽤 일찍부터 정보공개를 제도화 한 것이죠. 하지만 정보공개법은 청주시의원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겁니다. 

기초의회가 시작된 1991년, 청주시의원들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지방행정은 주민의 납세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행정정보는 모든 주민이 공유해야 하는 시민적 공유재산이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정책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는 데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생활정보를 적극 공개 제공해야 한다”며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를 발의했습니다.

관련 법률도, 위임한 사무도 없는 그야말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조례였습니다. 집행해야 하는 청주시의 반발은 당연히 거셌습니다. 상위법도 없는 이 조례는 무효라며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싸움(그동안 안하는 게 당연했던 정보공개를 시작해야 한다니 얼마나 싫었으면!)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92년에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고, 청주시의회는 한국에서 정보공개제도를 처음으로 정착했습니다. 이 조례는 지금의 정보공개법을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주민의 생활과 권익향상을 위해선 상위법이나 위임규정이 없어도 조례제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구의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입법’입니다. 좋은 정책들을 통해 주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고, 고치는 것은 구의원들이 해야 할 대표적 책임이고 권한입니다. 그러나 지난 7기 은평구의회의 조례 발의 건수를 보면 고작 42건에 불과합니다. 이마저 역대 은평구의회에서 가장 많은 횟수라니 참담한 지경입니다. 의원 1명이 2년에 겨우 하나의 조례만을 발의했다는 겁니다. 닥치고 조례발의만 하는 것을 일 잘하는 것의 척도로 볼 수도 없지만, 이 정도면 식물의원들이었다 말하기도 아까운 수준입니다. 

이런 지경이니 주민들은 구의원이 일 하는 것을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의 “지역주민들과의 업무간담으로 00식당에서 0000원 집행” 정도로만 확인(여기서도 빛을 발하는 정보공개제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실정이니 기초의원을 선발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시민들은 구의원이 뭘 하는 사람들인지, 구의회가 무슨 일을 하는 데인지 제대로 알지를 못합니다. 정치혐오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만드는 이들은 어쩌면 기초의회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 임기에서는 업무추진비 지출이 아닌 조례 제개정으로 구의원들이 한 일을 확인 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얼마 전 선거운동 기간에 ‘일 잘하겠으니 저를 뽑아달라’ 주민들게 그렇게 부탁을 하셨으니, 이제는 주민들의 부탁을 들어주실 차례입니다. 우리의 삶이 더 좋게 변화할 수 있도록, 구의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조례 좀 만들어 주세요. 

혹시 아이디어가 필요하시다면 이걸 참고해보시면 어떤가요? ‘구의회의 예산 결정과정 모두 공개’, ‘구의회 모든 회의 생중계’를 조례화 하는거에요. 아! 이건 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이번에 낙선한 녹색당/정의당 구의원 후보들이 제안했던 구의회개혁공약이었는데요. 역시 구의회가 스스로의 개혁부터 시작해야 행정 감시견제가 확실히 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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