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소설가 칼리파
제2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받아
여성주의·조국의 고통 함께 보듬어
특별상은 ‘거리의 시인’ 송경동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기자회견에서 작가 사하르 칼리파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올해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수상작가로 <유산>의 저자 사하르 칼리파가 선정됐다. 특별상에는 시집 <꿀잠>의 저자 송경동 시인이 선정됐다.

사하르 칼리파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기자회견에서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의 성격과 목적을 알지 못했지만, 이 상이 민중과 여성 권리 향상, 평화, 분단 극복 및 통일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이 상이 분단된 나라의 통일에 관한 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도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돼 있어 나의 역사적 경험과 여러분(한반도)의 경험이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이 문학상의 의미를 알고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이 상을 통해 양쪽이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1941년 팔레스타인 나블루시에서 태어난 사하르 칼리파는 어린 나이에 아랍 전통에 따라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13년간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청산한 뒤 여성운동과 소설쓰기에 헌신해왔다. 그는 미국에서 여성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페미니즘과 민족 해방투쟁을 주제로 한 소설들을 써왔다. 

1974년 사하르 칼리파는 소설,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의 하녀가 아니다>로 등단했다. 이후 <가시선인장>, <해바라기>, <유산> 등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인권과 조국의 민족 해방 투쟁을 동시에 조명하는 소설을 써오고 있다.

사하르 칼리파는 2006년 <형상, 성상, 그리고 구약>으로 아랍 문학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나깁 마흐푸즈 문학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알베르토 모라비아 이탈리아 번역 문학상과 모로코의 모하메트 자프자프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주최하는 은평구청은 그가 ‘아랍 여성들을 망치는 독’이라는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라고 소개했다.

칼리파의 소설 <가시 선인장>과 <유산>의 번역자로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송경숙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사하르 칼리파의 소설은 단지 여성들의 일반적인 차별이 아니라 이스라엘 치하에서 그 억압을 견뎌야 하는 동시에 이슬람 문화와도 싸워야 하는 아랍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사하르 칼리파의 문학 세계관에 대해 설명했다.

사하르 칼리파는 “거의 대부분의 생애 동안 나는 이스라엘 점령 치하에서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학 혹은 작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문학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져 본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정치적 사안을 다루지 않는 작가나 여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문학은 정치나 외교와 달라서 피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매우 심층적인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한다”고 문학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속 싸울 수 있는 힘은 예술과 문학, 그리고 상상력”이라며 “스스로도 상상하고 다른 사람이 상상하게 해주는 게 작가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등단 25년 이내 작가에게 주는 특별상은 송경동(51) 시인이 받았다. 시인은 2002년 ‘실천문학’과 ‘내일을 여는 작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여년간 구로공단에서 ‘구로노동자문학회’ ‘진보생활문예지 삶이보이는창’을 통해 시 쓰기와 노동 운동을 함께 해 왔다.

시인은 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 시위를 기획했으며 평택미군기지 이전확장 반대, 기륭전자비정규직투쟁, 용산철거민참사진상규명, 세월호진상규명, 박근혜퇴진 광화문캠핑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행사에 참여하느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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