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 창간 14주년 기념토론회 열려

자치분권 시대를 맞이하며 지방정부를 견인·견제해야할 지역신문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때에 지역신문의 현황을 살펴보고 지역신문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은 창간 14주년을 맞아 “자치분권시대 지역신문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을 주제로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신문의 현황을 파악하고,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중앙지·지역지에 통반장홍보용신문 구독 예산 책정해 지원하는 이른바 ‘계도지 예산’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실제로 지역신문에 필요한 정책과 운영방향을 짚어보는 토론 자리도 함께 이어졌다.

이윤하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자치분권 담론의 시대에 지역정체성을 잘 만들어 나가야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시민력의 결집이 요구되고 있다.”며 “지역신문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지만 이를 육성할 제도적 기반이 매우 취약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는 ‘자치분권시대, 지역신문의 역할’을 주제로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발제와 ‘지역신문 지원예산 톺아보기’ 주제로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제가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대표,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 부미경 은평상상 이사장이 나섰다. 은평시민신문 창간 14주년을 기념하여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하여 싣는다.

"지역사회 공론장 역할 하는 지역신문 중요"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해 아침 조간신문을 읽고 9시 저녁뉴스를 보는 시대가 저문 지 오래다. 이런 환경변화는 시민들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골라보고 시민들이 미디어를 직접 제작하는 시대를 불러왔다. 하지만 존립기반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지역신문이 이런 미디어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지역신문의 이런 상황을 오롯이 지역신문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지역신문이 지역의 공공재로서 충분히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책이 뒤따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평구는 현재 은평구 내 지역신문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거나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대책 등이 공개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 다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은평구 홍보용신문 구독현황이라는 자료를 통해 매년 5억 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해 중앙일간지, 지역일간지, 지방주간지, 지역신문 등을 구입해 통반장 등에게 배포하고 있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치구가 자치구 홍보를 목적으로 신문을 구독해서 언론사를 길들이고 언론사는 쉽게 판로를 개척하는 대신 언론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알권리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게 되며 견제와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자치구 홍보용 신문구독 예산은 자치구를 제대로 홍보하지도 못하고,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일도 아니며 무엇보다 지방자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신문이 지역의 공공재로서 역할을 다하고 지방자치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지역신문, 지역미디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자치구 내의 계획수립과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하며 구체적으로는 지역신문 지원조례 등 지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은평·성북구 등 혁신 지자체 계도지 예산 오히려 늘어"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공공의 재원을 통해서 언론이나 신문에게 재원을 줄 경우 어떤 공익적인 목적을 기대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면 모든 재정은 시민의 것이고 재정행위의 최종 기착지는 시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이외의 누군가가 재정행위의 최종 기착지가 되면 그것은 잘못된 재정행위, 예산낭비라고 부를 수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계도지 구입비용 108억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자치구 별로 적게는 2억, 많게는 6억원 정도가 지역의 계도지라고 하는 명목으로 사용됐지만 계도지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계도지의 지원 대상은 통반장들인데 이 통반장제도는 70년대 중반 유신체계에서 만들어졌고 그와 유사한 시기에 계도지 지원이 만들어졌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계도지 예산 집행 현황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지역신문보다 중앙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난 6년간 계도지 예산이 늘어난 자치구들은 은평구와 서대문구 등으로 2010년 이후 등장한 혁신 지방정부들이었다.

계도지 혁신이라는 것이 일종의 언론 개혁의 의제였고 상당히 진보적 의제였다고 본다면 서울지역에서 나름 혁신지방정부로 평가받았던 지방정부의 계도지 예산이 늘어난 것은 모순이다.

서울시는 계도지 예산이 없는 대신 부정기 간행물 구독으로 신문매체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언론매체를 통한 시정정보 제공 등을 하고 있다. 시정사업을 홍보목적으로 언론을 활용하는 일이 시민들의 편익에 기여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것과 서울역 고가개방을 홍보하는 건 결국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을 육성시켜야 하고 계도지 예산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그 예산을 분배하는 원칙은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지역공론장의 최종적 주체인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배분 기준을 만들고 예산을 배분하면 그것이 지역언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역신문 지원은 민주주의 비용"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대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지역신문의 역사가 2~300년 정도 됐다. 국가보다는 지역이 먼저였기 때문에 철저한 분권사회, 거기에 기초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고양신문이 30년 됐는데 이 정도 역사를 가진 지역신문이 전국에 4개정도 된다.

민주주의가 가야할 곳은 분권이다. 국가가 중앙집권체제에서 분권으로 가는 것은 상당한 변화다. 분권사회 핵심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다. 중앙에 집중되었던 언론을 지역신문 활성화로 가야하는데 말은 있지만 구체적 계획이 미흡하다. 위에서 분권시대로 변경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스템들은 변경되지만 실제로 그걸 실현시키고 집행력을 갖는 것은 거기에 이해와 요구를 담고 있는 이들이다.

문재인정부가 지역신문 활성화 정책을 공약 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지역신문을 만드는 이들이 하나하나 따져보고 가지고 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지역 언론 간에 적극적 연대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소수의 중앙지가 과점되어서 전체 언론을 좌우하는 것이 굉장히 드문 경우다. 그래서 지역지들이 곳곳에서 민주적인 여론을 형성해야 국가도 제대로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역사가 이제 30년이고 막 걸음마 하려는 상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국가가 지역신문을 육성하는 투자는 민주주의의 과정에 필요한 필수 투자라고 생각한다.

분권시대 지역신문은 동전의 양면 같다. 분권을 하려면 지역신문을 육성하고 활성화되어야한다. 분권이라는 것은 권력을 나누는 것이라고 볼 때 이건 누군가가 끊임없이 견제해야 하는데 권력은 내 것을 내 놓지 않는 게 속성이다. 중앙집권체제에 익숙한 국회의원, 언론, 행정은 절대 자기 스스로 권한을 내놓지 않는다. 떠들어야 내놓는데 떠들어야 할 주체인 지역신문 힘이 매우 약하다. 이런 소리에 방송, 중앙언론, 이런 걸 대변해주는 매체가 하나도 없다. 서로 연대해서 지역신문의 목소리를, 분권시대에 걸 맞는 육성정책이 필요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대책을 전국적으로 연대할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시는 계도지 예산을 없앴다. 자치단체를 구성한 사람들의 이해도에 의해 지역신문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만든 법과 제도, 시행 지침을 꼼꼼하게 만들어서 지역신문을 지원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

결론은 두 가지다.

지역신문 지원은 국가가 민주주의 비용으로 투자해야하고 그것은 제도를 바꾸고 육성기금을 마련하는 것들이다. 이것보다 더 큰 것은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독자로서 시민이 우리 지역 신문을 믿고 구독료, 광고를 투자해줄 수 있는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지역신문은 마치 첫걸음 떼다가 넘어져서 못 일어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위기감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은 중앙지 구독은 떨어지고 있지만 지역신문의 구독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거다. 조금 더디긴 하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뉴스를 대상화시켜서 봤던 사람들이 SNS를 통해서 내가 미디어의 주인이 되는 경험과 쾌감을 느끼고 있다. 남의 얘기보다 내 얘기, 내 주변,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신뢰한다. 그런 면에서는 지역지가 정책적인 지원과 더불어 그 지역시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계획들이 필요하다.

"건강한 목소리 내는 매체, 지원조례 절실하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

지역신문이 지방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 시대에 맞게 소통해야 하는 역할,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은 과거의 방식으로만은 어렵다.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일은 변화된 시대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 되어야 하고 이 과정은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내야 한다.

계도지 예산도 과거 방식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시군구 단위의 조례를 만들고 그걸 기준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 시민들은 서울신문을 일간지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관변지다. 왜냐하면 기획재정부가 주식의 60%이상을 가지고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서울신문을 자치구가 구독해서 시민들에게 나눠준다는 건 문제가 있다.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매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건 생존의 문제이다. 지역언론이 안고 있는 구조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지역단위에서 조례 등을 만들어서 해결하는 방식도 있고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을 일반법으로 바꿔서 지원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실 지역신문발전법 기금이나 언론진흥재단기금이나 초기에 비해 점점 지원규모가 떨어지고 있다. 기금은 고갈되는데 그걸 확충하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그 기금을 확충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뉴스나 합법적 정부 광고 등이 유력 언론사나 주요 포털에 다 간다. 정부의 특정 부처에 홍보기사 쓰고 5천만원, 1억원 받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하니 요구를 하지 않는다. 지역신문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끔 지역신문발전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신문들이 힘을 모아서 개선을 촉구해야한다. 여러 번 문제제기를 했는데 변하질 않는다. 촛불을 들어서 바꾼 정부지만 언론시스템, 지역 언론을 생각하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은평구가 지역의 건강한 목소리를 찾고 대안을 모색하는 매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시급히 입법화하여 은평구의 시민소통,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좀 더 확산되길 바란다.

"시민주권 시대, 지역언론 활성화 지원정책 필요"

부미경 은평상상 이사장

지방자치분권시대에 국가정책뿐만 아니라 시정, 구단위 지방정부까지 예산이 적절하게 쓰여서 공공성을 획득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예산은 민주주의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이번 토론회에서 계도지 예산 얘기가 나와서 은평시민신문이 버티고 있는 자산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신문후원구독료, 조합출자금, 광고료, 계도지 구독료가 있다. 은평시민신문이 협동조합을 시작하면서 조합원 천명을 확보하자고 했지만 쉽지 않고 광고도 마찬가지다. 구청광고가 크고 2012년 이후에 시민사회 정책사업 등 여러 가지 우호적인 광고도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구청광고를 받는 건, 행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면서 광고를 받는 게 자유롭지 않다. 행정과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고 긴장관계를 갖으면서 신문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청 계도지 예산은 약간 족쇄처럼 작용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우리가 읽을 만한 신문을 지역주민에게 전달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는 거라고 생각하려해도 구청에서 부수를 정해놓고 매달 입금시키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지 않다.

계도지 예산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자체생산기사량, 구독자, 영향력, 신뢰도 등 객관적 지표를 만들어서 합리적 기준을 가지고 지역신문 지원 정책을 마련한다면 건강한 언론은 살아날 거 같다. 보도 자료에 있는 오타까지 수정 없이 신문지면에 싣는 지역신문사들의 성찰도 필요하다.

동작구 조례도 들여다보고 더 보완하거나 활성화할 수 있는 내용이 어떤 건지. 지역사회 내에서 공론장을 만들어서 조례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조례 청원 운동 등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이 이슈를 수면위로 올리는 것, 구청이나 의회의 협력을 통해서 조례 만드는 것 등의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시민사회와 공동기획해서 지역의 무형의 자산을 만들고 이런 일에 공적지원제도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 현재 은평시민신문에 실리고 있는 은평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활성화 시키면 좋겠다. (사)은평상상에서 마을기록을 3년째하고 있는데 지역의 수많은 행사를 기록하고 사진도 찍고 있는데 이런 방식의 사회공헌, 뉴딜 일자리 등 시민기자가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방식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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