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마을예술창작소 별별곳간 <도란도란공예방>

“엄마, 오늘 뭐해?”
“응,  오늘 목요일이잖아.”

두 아이의 엄마로, 네 식구의 건강 지킴이로 한 주 동안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일주일은 온데간데 없고, 또 한주가 시작되어 있음을 습관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전업주부로 집안에서 살림하고 육아에 매진하다 보면 가끔 나는 없고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만 남아 있어 마음이 퍽이나 허할 때가 있다.

그래서 목요일엔 “누구누구씨”하고 서로 이름을 부른다. 우리동네 별별곳간 <도란도란공예방> 소모임에서는. 3년 전쯤 구산동 마을공원 길 건너 한 켠에 아담하고 예쁘고 모두를 궁금하게 하는 건물이 생겼다. 

마치 오래되고 낡은 나의 일상처럼 느껴지던 동네에서 새로운 것이 생긴다는 자체가 궁금함을 일으켰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은평마을예술 창작소 ‘별별곳간’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왔고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모여앉아 수다도 떨고 고구마도 나눠 먹으며 점차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처음엔 그랬다.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또 다른 ‘나’들이 모여 수다 떨며 놀아보자고 모이게 되었는데 차츰 모이는 횟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다. 정기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모임을 해보자는 의견이 모여 도란도란 공예방이 만들어졌다.

누구에게든 하늘이 주신 재능 한가지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동안 누구의 엄마로 살면서 묵혀두었던 재주가 하나둘씩 수줍게 나오더니 지금은 모두 다 뽐내는 고수가 되었다.

손바느질로 작은 손가방부터 남편의 사무용 가방까지 만드는가 하면 뜨개질로도 못 만들어 내는 게 없다. 수세미, 가방, 모자, 덧신까지 린넨으로 간단한 옷 만들어 입기에 이어 올해 들어선 드디어 철릭한복에도 도전하여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가끔 우리 모임 분위기가 좋아서 지켜보고 있다가 오셨다는 분도 있다. 
우리 모임은 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어디에 속한 구성원이 되는 데 용기가 필요함을 알기에 우리는 누가 오든지 마음을 열려고 한다. 

도란도란공예방은 유난히 단합이 잘되고 결속력도 좋다. 거기에는 우리 나름의 비결이 있다.

도란도란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들어오면 쉽게 나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정기적인 도시락 파티를 한다. 각자 집에서 반찬 한가지씩 챙겨와 점심을 먹을 때면 동네가 들썩인다. 
사람은 한솥밥을 먹어야 진짜 식구 같아진다. 3년 넘게 한솥밥을 먹으며 정을 쌓아 온 게 우리동네 소모임의 역사로 지속되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도란도란은 일년에 네번 분기마다 야외수업의 일환으로 소풍을 간다. 가까운 서오릉에서부터 경기도 중남미문화원 그리고 멀리는 강원도 곰배령까지 갔다온다. 

작년 봄에 다녀온 곰배령은 야생화군락지인데 함께 공부하는 자수수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요즘은 외부 전문강사를 모시고 자수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란도란공예방은 동아리 지원사업에도 신청해 선정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 동네 소모임의 일원으로만 안주하던 모임원들이 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크고 작은 성장과 발전을 했다. 

도란도란을 통해 잠자고 있던 내 안의 재능을 발견하고 더 적극적으로 끌어내어 일상에서부터 시작된 첫발이 나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사회적 커뮤니티로 발전하게 되니 자꾸자꾸 꿈이 생기고 있다.

공동체 활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이들이 서로 다른 방식의 구성원을 받아들이고 융합하는 시간은 사실 꽤 시험적이게 느껴지는 과정이다. 

그러면서 우리 모임원들은 조금 더 상대를 배려하고 기다려주고 받아주는 힘이 생기게 되었다. 함께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어울려 노니 즐겁고, 즐거운 일이 많으니 행복도 덤으로 오는 것 같다. 
모임원 모두가 내맘처럼 생각하고 서로를 품으며 한결같이 마음을 넉넉히 내어주니 기회가 되면 기쁘게 자랑하고 싶었다.

우리 도란도란은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잘 놀아 볼 것이다.

<도란도란공예방>
시간 :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장소 : 은평마을예술창작소 별별곳간
연락: 별별곳간 070-7363-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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