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년 대상 '행복주택' 당첨을 포기한 이유

은평준주거2 입주자 모집공고청년 계층을 주 공급대상으로 공급한 행복주택임을 알 수 있다. ⓒ 이희재

얼마 전 '청년' 대상 행복주택에 1차 당첨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최종 당첨을 위해 필요한 추가 서류를 제출하라는 추가 안내 멘트와 함께.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오피스텔이 있는 구역에 떡하니 쓰레기 소각장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집중된 인프라와 일자리 문제, 오르는 집값 등 그로 인해 발생되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에서 일을 하게 되는 청년들은 집값으로 많은 비용을 소모하게 되고 이는 결혼, 출산율 급감이라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국가 성장과 원동력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이기에 심각한 사회 문제 중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비싼 집값으로 인해 청년들이 노려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 중 하나는 청년 대상의 '행복주택'이다. 지난 9월, SH주택공사는 '2018년 2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을 진행했다. 물론 다른 주거취약 계층도 포함 되어 있기는 했지만, 500호가 넘는 공급 호수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은평 준주거2' 주택의 부지에 바로 쓰레기 소각장이 함께 있었다.
  
해당 오피스텔을 포털 지도 사이트에 찾아보면,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는 것이 안내되지 않아 해당 정보를 알기 어렵다. '쓰레기 처리장', '소각장' 등으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은평 환경 플랜트'라는 풀네임을 검색해야만 지도에 등장한다.

▲ 행복주택 옆 소각장'은평환경플랜트'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야 찾아볼 수 있는 해당 부지. 행복주택이 있는 부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희재

 

물론 책자형식으로 나오는 공고문에서는 '행복주택의 주변에 혐오 시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으나, 어떤 주택의 주변에 혐오시설이 존재하는지, 그 주변이 정확히 혐오시설로 부터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고 위치하고 있는지, 어느 종류의 혐오시설인지 등에 대한 정보는 고지하고 있지 않다. 

해당 청년주택의 공급계획이 세워졌던 지난 2016년, 한국경제tv의 기사를  통해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서울시가 '청년 주거복지'라는 이름으로 주거용도로 쓸 수 없는 곳을 토지 용도까지 변경해 집을 지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소각 연소 배기가스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하고, 그래서 주변 대기 중의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유해물질 100% 제거라는 건 장담할 수 없는 일이며, '안전 기준치'라는 척도는 상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오랜 기간 해당 환경에 노출되는지', '노출되고 있는 사람의 신체 상태가 어떠한지' 등 무수한 요소에 따라서 거주민이 어떤 건강 영향을 받게될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청춘을 위한 진정한 '행복' 주택은 어디에

연세의대 환경공해연구소가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주변지역 주민건강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강남구 및 양천구 소각장 주변 주민들에서 상대적으로 결핵과 고립성 폐결절, 고지혈증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당 연구 결과에서는 일부 여성들의 경우 자궁내막증이 의심되거나 치료 경력을 가진 사례가 있는 것 또한 드러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들이 비교적 나이가 많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악성 종양이 의심되거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노출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추적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각장 주변 주민들의 환경과 건강에 관한 역학관계를 미루어볼 때, 무리하게 용도 변경까지 해 가면서 행복주택을 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부동산적인 관점에서 따져볼 때, 지어질 오피스텔 건물이 현재 훤히 드러나있는 소각장을 가려주어 집값을 상승시켜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유추하기 어렵지 않다.

애초에 '행복주택', 특히 청년 대상의 '행복주택'은 주변 임대업자들의 반발, 집값 하락을 우려한 동네 주민들의 반발로 입지조건이나 교통이 괜찮은 부지에는 지어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신혼부부나 다른 주거 취약층들을 위한 행복주택 우선순위에서 청년층은 늘 밀려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결국 청년들을 위한 행복주택 공고가 나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결국 행복주택에 응모하는 청년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문제에도 어쩔 수 없이 해당 주택에 들어가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 해당 행정을 진행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경제적인 문제만 배려해주면 '아프니까 청춘'이니, 청년들은 건강 등 복지 문제를 뒤로 미뤄놔야 한다는 것일까. 막말로 이런 결정을 내린 책임자들에게 본인들의 집을 소각장 옆에 지으라고 한다면, 흔쾌히 거기에 집을 지을 이들이 있을까? 

'행복주택'이라는 단어가 마치 소설 속 반어법 장치로까지 느껴졌다. 문득 난쟁이 가족의 비참한 인생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낙원구 행복동'으로 이름 지어진 집이 떠오른다. 

결국 나는 서류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았고, 대상자에서 탈락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씁쓸함을 느끼며, 부동산어플을 켜 갈만 한 집을 열심히 뒤져보다 가격을 보고 한숨을 한 번 쉬기를 반복하며 생각한다. 청춘이 맘 놓고 발 뻗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단 한 칸, 청춘을 위한 진정한 '행복' 주택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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