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일 넘게 은평구청 앞 소나무 광장에서 농성을 한 녹번 1-2구역 농성장이 지난 12월 26일과 27일 사이에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녹번1-2구역 이주대책위원회 백 모 위원장은 “대책 마련이 사실상 어렵고 시간이 지체돼 자진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녹번 1-2구역 이주민대책 마련 요구 농성은 2015년 11월 9일부터 시작됐다. 녹번 1-2구역 재개발 구역에 거주하다 재개발로 철거당한 주민들이 공시지가의 60~70% 정도 보상금을 받고 쫓겨났기 때문이다. 재개발지역 원주민들은 감당하기 힘든 분담금 때문에 분양권을 포기했고 현금 청산된 원주민 상당수는 세입자로 전락했다.

자기 집을 빼앗기고 도시빈민으로 전락시키는 재개발로 원주민들은 3년 넘게 농성을 했지만 결국 이주대책 없이 농성도 중단하게 됐다. 재개발 과정은 녹번 1-2구역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삼성물산, 인·허가를 내준 은평구청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절차를 밟아 진행 돼 절차상 하자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녹번 1-2 이주민대책위원회는 3년 넘게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구청 소나무 광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점거농성을 펼쳤지만 성과는 없었다. 구청은 재개발재건축 갈등분쟁조정협의회를 만들며 대화기구를 만들었지만 이 또한 이주대책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투쟁해온 백 모 위원장은 “끝까지 함께 남아있던 30여명의 철거민 식구들이 나이도 들고 몸도 상하는 바람에 투쟁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며 “녹번 1-2 철거민들은 이렇게 물러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현재 텐트 농성장에는 커다란 화분이 놓여 있으며 구청은 “공공시설청사를 무단점유하거나 물건 등을 저치하는 행위를 일체 불허한다”는 설명이 담긴 입간판을 세워 놨다. 구청 관계자는 “철거민 농성자들에게 철거 요구는 하지 않았고 자진 철거 당시에 도움을 드렸다. 그동안 청사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점을 고려해 공공용지를 특정인이 무단으로 점유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입간판을 세워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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