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물러나고 돼지가 찾아왔다. 여느 해처럼 새해를 시작하며 몇 가지 다짐과 바람을 적어본다. 우선, 모든 생명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난, 불확실한 먼 미래의 행복을 이유로 지금 당장의 작은 행복을 포기하기 보단, 하루하루 소소하지만지금 당장의 행복을 찾아 활동하고 시간을 쓰련다. 

관련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오래전 녹색평론이란 책에서 읽었던 우화인데 최근 다른 책에서 다시 만났다. 어느 날 한 관광객이 목가적인 풍경을 찍으러 해변에 나갔다가 어부가 고깃배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부에게 날씨는 좋고, 바다에 고기도 많은데 왜 이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느냐고 물었다. 어부가 필요한 만큼 고기를 다 잡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자 관광객은 만약 어부가 하루에 서너 차례 더 바다에 출항한다면 서너 배는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고, 그러면 1년쯤 뒤에는 배를 한 척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3년이 지나면 작은 선박 한두 척을 더 사게 될 테고, 그러면 결국에는 어선 여러 척을 지휘하며 물고기 떼를 추적할 헬기를 장만하게 되거나, 아니면 잡은 고기를 대도시까지 싣고 갈 트럭을 여러 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면요?” 어부가 묻자 관광객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고 나면, 당신은 멋진 해변에 편안히 앉아 아름다운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게 될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말했다. “그게 바로 당신이 여기 오기 전까지 내가 하고 있었던 거잖소!”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자유와 행복을 얻기 위한 거라면 지금 우리는 너무도 멍청하게 그 길을 너무 멀리 돌고 돌아 찾아가고 있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게다가 더 많은 경제성장이, 모든 이가 억만장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한 현실에서 이런 식의 자유와 행복추구는 불가능할 것 같다. 요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인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닐지.

 다음으로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많다. 건강해야 행복하다. 그런데 건강하기 쉽지 않다.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승을 부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일상이 되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지 않았나. 아무리 건강하고 싶어도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는다. 건강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병든 지구를 치료할 필요가 있다. 건강하려면 신체운동도 필요하지만 생태환경운동도 필요하겠다. 지구를 살리는 운동이라고 하나, 뭐 거창한 건 아니다. 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래, 나무를 심어보자.   

 올해부터 다시 나무심기를 시작해보자고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나무를 심은 게 2013년이었던가? 불광동 은평경찰서 뒷산 향림근린공원 나대지에 상수리나무를 심었었던 게 마지막 나무심기였다. 연례행사처럼 지역 단체 사람들과 시민들이 모여 나무를 심곤 했었는데 나무 심을 장소를 마땅히 찾지 못한 이후로 그만두었다. 

올해부터 다시, 나무심기다. 우리 동네에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 다른 동네를 찾아보리라. 그 동네에도 없다면 시야를 우리나라 전체로 넓혀보리라. 그래도 찾지 못하면 북한 땅은 어떤가? 산림이 헐벗어 큰일이라고 하는데 나무 심을 곳이 천지일거다. 북한 땅마저 여의치 않다면 몽골은 어떻고 서아시아는 또 어떤가? 온 세계로 넓히면 나무 심을 곳 심어야 할 곳이 엄청날 것이다. 나무 심을 곳을 찾아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고 한다. 어디 나무 심을 곳이 없겠는가. 

 마침 서울시도 올해 이천만 그루 나무심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말이다. 나무심기가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상당한 개선을 이룰 것이란 건 사실이다.  

 어떤 나무를 심을까? 장소와 면적에 따라 심사숙고해야 하지만 호두나무를 꼭 심어보고 싶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10m 이상 크게 자라고 병해충도 별로 없으며 나뭇잎도 시원시원하게 달려서 큰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으니, 도심지 널찍한 공터에 한 그루 심어봄 직 하지 않을까 싶다. 녹번역에서 은평구청으로 가는 큰 길 이면도로를 걷다 보면 어느 집 마당에 자라고 있는 커다란 호두나무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도시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것 같다.    

  호두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이름은 중국이름 호도(胡桃)에서 유래하였다. 호도는 오랑캐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처럼 생긴 열매라는 뜻이다. 호는 중국 전한시대 때 장건이라는 사람이 서역에서 호두를 처음 가져온 데서 유래하였고 도는 이 나무의 각과가 복숭아씨와 닮은 데서 유래하였다. 처음 호도로 불리다가 부르기 쉽게 호두가 된 것이다.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 이행하는 시기의 유적에서 화석이 발견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호두가 천안의 명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고려 중엽 천안 출신의 유청신이 원나라에 시신으로 갔다 오면서 가져와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두 묘목과 종자를 충남 천안시 광덕면 광덕사에 파종한 것이 시초로 전해진다. 호두의 원산지는 지금의 이란 지역으로 보이는 페르시아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호두는 서쪽으로 유럽을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전파됐고, 동쪽으로는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으로 퍼졌다.  

 호두나무 주변에는 잡초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호두나무 잎을 손으로 비벼 코로 갖다 대면 향기가 난다. 호두나무 잎에서 내뿜는 이 물질이 빗물을 타고 흘러가 뿌리 근처의 잡초에게 독이 되기 때문이란다.    

 호두나무 열매 호두는 타임지에서 인체 면역력을 높여주고 산화를 늦추는 세계 10대 슈퍼푸드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였다. 호두가 뇌를 닮아서 꾸준히 먹으면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호두의 성질을 “성질은 평하며 맛은 달고 독이 없다. 월경을 통하게 하며 혈맥을 윤활하게 한다. 수염을 검게 하며 살찌게 하고 몸을 튼튼하게 한다.”라고 했다. 곳곳 공터에 호두나무가 자라가 가을이면 풍년 든 호두를 이웃끼리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상상해본다. 불가능할까? 가능하다. 다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만. 

자, 우리 모두 나무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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