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00동에 **맛집 발견!” “응암역 앞에 ~~를맛 있게 하는 집이 있어요.”

맛집소개는 길동무 단체톡방에 자주 올라오는 글입니다. 길동무는 모두여성들로 이루어진 살림의료사협 소모임입니다. 나이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이곳의 모임원들은 여성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더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맛집사랑! 먹을 것을 보면 행복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길동무는 모임 장소와 먹을 메뉴를 고를 때 무척 신중합니다. 오죽하면 별명이 ‘맛집탐방 소모임’일까요?

사실 모임원들을 길동무로 불러들인 가장 큰 공통점은 페미니즘 공부에 대한 욕구였습니다. 길동무가 소속된 살림의료사협은 조합원 교육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매년 말에 열리는 ‘여성주의 학교’는 최고 인기 강좌입니다. 소수정예로 수강생을 20여명밖에 받지 않기 때문에 이 강좌를 듣는8주가 지나고 나면 함께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동지애도 생겨납니다.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함께 공부한 도반으로서요.

페미니즘은 철학의 한 갈래로 인식론의 일종입니다. 왜 성별(gender)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여성들에게 강요된 차별과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밝혀낸 학문이 페미니즘입니다.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여성주의 학교’의 모토이기도 한 이 말은,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에게 국한된 문제만을 논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모든 종류의 권력은 차별과 불평등을 야기합니다. 누군가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나이가 어리거나 혹은 많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정규직이 아니어서 차별 받습니다.

길동무는 모두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아오면서 다양한 차별과 억압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도 합니다. ‘여성주의 학교’ 수강생 중에서 학교가 끝난 뒤에도 일상 속에서 계속 페미니즘 공부를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뭉쳐 2016년 초에 처음으로 소모임을 개설했습니다. 저마다의 삶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젠더차별의 부조리와 문제점들을 페미니즘을 통해 언어화 하는 힘을 키우고자 책읽기, 강좌듣기, 영화보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맛집탐방을 놓칠 수 없는 것처럼 길동무는 함께 웃고, 떠들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일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이 땅에 미소지니(여성혐오)가 넘치고 젠더폭력이 멈추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또 살아가야 하니까요. 모임원이 단촐 하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다 알 수 있는 소모임인 덕분에 할 수 있는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길동무가 생겨난 지 어느 덧 3년. 이젠 중견 소모임이 된 길동무에게 2019년은 특별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 공부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글쓰기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죠. 맛집탐방처럼 행복한 일이 될 지, 머리 싸매고 끙끙 앓는 일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것 하나는 길동무는 2019년에도 씩씩하게 이어질 것이란 점입니다. 길동무의 새 출발처럼 은평시민신문 독자님들도 새로운 도전을 힘차게 시작해 보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살림의료사협소모임 길동무>

시간 및 장소: 매월 1회(장소와 시간은 때마다 다름/모임에서 다수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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