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은 배고프고 헐벗은 산이었다. 검은 바위만 빼고 산 중턱까지 판잣집과 손바닥만한 밭들이 들이찬 곳. 서늘한 바위틈에 고개를 내민 뱀들을 쫓아내며 고사리를 뜯던 곳. 노적봉 앞에 즐비했던 뱀탕과 갇힌 채 꼬인 뱀들. 물줄기 하나 흐르지 않아 갈증 유독 심하던 곳. 아지랑이 가물거리듯 혼미한 배고픔으로 송기를 벗겨 핥던 곳. 새벽 네 시, 달성사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던 곳. 시내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는 곳. 턱밑 수염이 까칠할 무렵부터 저 놈의 바윗덩이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곳. 그 거무튀튀함으로, 뻔뻔스러움으로 탈향을 부추기던 곳. 

지금은 많이 변했다. 판잣집이 있던 곳엔 조각공원과 난공원이 들어섰고 뱀탕을 끓이던 곳엔 식당이, 고사리 끊던 곳은 나무들로 가득 찼다. 주차장이 있는 노적봉을 시작으로 유달산은 계단의 연속이다. 이충무공 동상을 지나면 곧바로 ‘목포의 노래’기념비가 나타나고 대학루를 거쳐 유선각에 오르면 목포 내항과 삼학도 공원이 보인다. 날 좋으면 영암 월출산도 가시권에 들어온다고 한다.

유달산은 해발 220여 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간 중간 가파르고 좁은 계단이 바위 사이로 뚫려 있다. 오른편으로 목포 구시가지와 왼편으로 다도해의 전경이 펼쳐져 지루하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목포 구시가지 도처에 일제 수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달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일등바위에 새겨진 ‘홍법대사상과 부동명왕상’은 일본 불교 ‘진언종’을 기리는 상징이다. 

유달산 일등바위 턱밑 마당바위에 오르면 목포시와 다도해가 시야에 들어온다. 낮지만 결코 낮게 볼 수 없는 유달산의 진가가 들어난다. 남산과 비슷한 높이이나 발아래 바다와 기암 탓에 짜릿함이 한결 강하다. 가운데 일등바위 오른편으로 이등바위, 삼등바위가 있다. 지금은 국내 최장 케이블카가 설치되었다. 

시계가 귀하던 시절 공포를 쏘아 시간을 알려주던 오포대, 세계에 딱 하나 남은 왕자귀나무 서식지도 유달산에 있다. 유달산 둘레길도 쉬엄쉬엄 부담 없이 걸어볼만 하다. 노적봉 아래쪽에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지었으나 러일전 승리로 일본영사관으로 쓰던 건물과 일본식 정원이 잘 가꾸어진 ‘이훈동정원’이 있다.

사진은 유달산 남사면 중턱, 아직 재개발되지 않고 남은 동네 모습이다. 정면에 보이는 작은 언덕에도 이런 집들이 즐비했는데, 철거되었고 이 집들도 언제 철거될지 알 수 없다. 이곳은 ‘다순구미’의 일부이다. 이름만 들어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목포 바다를 청호(靑湖)로 부르기도 한다. 작은 섬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사진처럼 얼핏 맑은 호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목포② 목포의 근대 문화, ③ 변화하는 목포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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