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런 자식 낳은 것도 내 팔자겠지......”

둘째 아이가  자폐성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인정하기 싫어서 몸부림치다가 애써 받아들이며 나를 위로한 말이다. 그러나 결코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왜? 나한테...라는 의문부호를 수없이 던지며 그래도 길은 있겠지 하며 포기를 할 수가 없었다.

둘째아이를 보면 장애인으로 낳은 게 무조건 내 탓인 것만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이 자꾸 솟구친다. 그래도 부모는 어떻게든 장애자식을 받아들이고 어느 한편으로는 행복한 시간을 마련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장애가족은 또 다른 장애인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며칠 전에 큰아이보고 여자 친구는 없느냐고 물었다. 한번쯤은 이성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해보고 싶어서 무심한 듯 던진 내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저런 동생이 있는데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요.” 나의 모든 말은 심장에서 얼어붙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래 이런 자식 낳은 것도 내 팔자겠지 하던 대로 큰 아이한테 그런 동생을 만난 것도 네 팔자다 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동안은 작은 아이한테만 장애인으로 낳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큰 아이 앞에서는 미안하다는 생각조차 사치라는 걸 알았다.

장애인 동생이 있는 게 뭐가 어때서 라며 용기를 주고 그래도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있을 거야라며 쉽게 위로도 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장애인 가족 또한 또 다른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닌 건 아니다. 좀 더 이성적으로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고 큰아이한테 뭔가 말을 해주고 싶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혀끝에서 달싹달싹 뭔가 소리 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아닌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는 경우도 있단다. 얼어붙은 말이 그나마 깨질까봐 차마 소리 내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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