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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카페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기사승인 2019.09.18  20: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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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을 만나는 곳

모든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까롬이라고 하는 스포츠를 즐기는 중 <사진제공 : 물푸레 카페>

숲동이 놀이터를 하던 서른 중반의 엄마들이 물푸레를 운영했다. 한 주 동안 오전 오후 돌아가면서 활동하는 당번 만 열다섯이 넘었고, 갓 초등학교에 들어 간 아이들은 더 많았다. 어떤 손님은 이게 카페냐 어린이집이냐고 불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용한 동네 끄트머리에 생긴 물푸레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것 같다. 

‘함께 배우고 즐겁게 연결되는 마을 문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해 온지 8년이 지나 이제 우리들의 평균 나이도 40대 중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푸레와 함께 하는 이웃들의 세대 간 차이도 점점 메꿔졌다. 30대 부모들, 간간히 보이는 20대 청년, 방과 후 카페로 와서 쉬어가는 아이들, 10대 청소년까지 생활아지트로 두루 쓰인다.

그야말로 세대가 촘촘해 지면서 복합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60대 이상 마을 어른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처음에는 막연히 어른들이라 어려웠는데, 자주 이야기도 나누고 관계를 맺다 보니, 어르신, 할머니, 은퇴세대 이런 틀에서 벗어나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이웃이 되었다. 장수시대에 그분들은 더 연세가 많은 분들에게는 젊은 사람이다. 그 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등장은 바로 이 젊은 어른 네 분들이다. 각자 물푸레와 인연을 맺은 사연도 재능도 다 다르다.

O샘은 세 명의 손주를 돌보기 위해 함평에서 올라와 딸의 집에 와 계신다. 3년 전 부터 물푸레에서 뜨개 재능을 나누신다. 큰 수술을 하게 되시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하셨다고 한다. 30년이 넘도록 한 결 같이 쌓아온 뜨개고수이시면서도 언제나 겸손하고 수줍은 소녀 같다. 지금은 손주들이 학교에 간 시간 대부분을 카페에서 보내신다. 

J샘은 물푸레 공간을 사랑스럽게 지켜보시다가 문득 선생님의 오래된 꿈이었던 영어독서클럽을 떠올리고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으셔서 오셨다. 올해 만들어진 클럽이 7개나 된다. 늦은 공부에 밤샐 줄 모르는 성인 반, 개성 넘치는 주니어 반 학생들을 글로벌 시티즌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열정으로 운영하신다. 수요일만 쉬시고 늘 카페에 오신다.

P샘은 카페 바로 위에 사시는데, 오가며 들르셔서 생활의 지혜를 하나씩 선물처럼 주고 가신다. 주로 음식이나 건강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는데 텃밭에서 직접 키워 만든 김치를 주실 때도 많다.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으시고, 최신 정보를 많이 아신다. 물푸레 서재에서 마을 이웃들과 함께 매일 저녁 요가 모임을 진행하신다. 

N샘은 새로 지어진 단지로 이사를 오셨는데, 친한 친구 둘이 모두 삼십대다. 60대와 30대가 함께 친구 하는 것을 보면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혜자가 떠올랐다. 식물을 사랑하는 공통점이 세 친구를 이어주었다고 한다. 샘이 갖고 계신 옷이나 소품들은 늘 샘의 마음만큼 젊고,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워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샘’ 이라는 말 좀 빼라고 하신다. 이제 우리는 친구다.

이분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거의 매일같이 카페에 오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라도 안보이시면 소식이 궁금하다. 

다 키운 자녀들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담담하게 키우라’고 일러주신다.

방학마다 열리는 어린이 뜨개학교 <사진제공 : 물푸레카페>

저마다 삶에서 겪어온 생생한 이야기와 거기서 얻은 지혜들을 나눠 주신다. 그런데 주장이 있거나 과하지 않다. 부족한 이야기라도 잘 들어 주시고 공감해 주신다. 그리고 맛있는 것도 나눠 주신다 (이건 상당히 중요하다.). 부모님이 아닌 동네 어른들과 친구처럼 일상을 보내는 이런 경험 속에서 세대와 세대는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10년 전 숲동이 놀이터에서 공동육아를 할 때 여러 아이들과 엄마들을 보면서 내 모습을 비춰봤었다면 이제는 마을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고민할 계기가 된 달까? 다양한 방식의 삶을 존중하고,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마음으로 서로를 돌보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갈 마을이 아닐까? 

나는 그래서 이제 새롭게 관계 맺기에 한창인 이분들을 실버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우리도 벌써 조금씩 예전 같지 않은 체력과 몸의 변화들을 감지하고 있고, 아이들은 한해가 다르게 자라는 걸 보면서 세월이 무척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가 들고 완숙해질지, 지금은 카페에서 사랑받고 있는 어린 손님들은 훗날 카페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그 리고 그 친구들과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어울리며 살아갈지 궁금하다. 

‘어른들’ 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고단한 육아여성들에서 이웃들로, 그리고 어른들로 살아 갈 여정 속에 이 분들과 계속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공부도 하고, 뜨개질을 하면서 수다도 떨고, 그렇게 같이 나이 들어간다면 참 좋겠다. 

더 많은 O, J, P, N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물푸레 버들 jony100@naver.com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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