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돌베개, 2019

도서관에서 반갑게 인사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취업을 했다. 회사이야기를 하며 제법 어른스러운 티도 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한 이야기를 하는데 대견하기보다는 안쓰럽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직장 내에 어른들이 잠깐만 들어도 어떤 사람들인지가 보여서 화가 난다. 아직 미성년자인데 회식이라며 술을 마시게 하고, 성추행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입사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쉽지 않은 업무도 맡긴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용기가 필요한 책이었다. 현장실습생으로 있던 특성화고 학생 김동준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르포 작가 은유는 부모, 교사, 졸업생과 그 외 사람들을 만나면서 김동준, 그리고 그 외 현장실습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의 맥락을 기록하고 있다. 나는 세월호와 관련된 책을 읽기까지에도 꽤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이 덜컹덜컹 내려 앉아 다음 장을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더 용기를 냈다. 아예 휴지도 옆에 두고 책을 펼쳤다. 3학년에 취업을 했거나 현장실습을 나갔던 아이들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눈물이 나기보다 화가 났다. 모르던 이야기가 아니었다. 꽤 오래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대견해하고 안쓰러워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물론 몇 번은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을 해서 신고할 곳의 정보와 학교에 연락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보편적인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학교를 선택할 때 걱정이 많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걱정 없이 살던 아이들에게 당장 선택하라고 한다. 아이들의 학교 결정과정을 보면 특성화고의 경우에는 원서를 쓰는 일주일 사이에도 학교, 과를 바꾼다. 예전처럼 인문계와 공고상고만으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다. 과는 물론 예전에는 상고라는 이름의 학교가 비즈니스고, 컨벤션고 등 이름까지 바꾼다. 

이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만나는 이미 특성화고를 졸업해서 취업한, 알지 못하는 아이가 아닌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한 학생의 이야기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취업하고 나서 알았어요. 근로기준법과 인간관계기술 같은 것이 가장 필요하더라구요. 물론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학교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막상 취업을 하고 나서 2년 정도 되어보니 일부러 안 가르쳐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선 중소기업 같은 곳에 취업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이 근로기준법 자체를 안 지키니 괜히 배워봤자 적응만 더 못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냥 모르면 참겠지만 알면 견딜 수가 없어지니 말이에요. 주변 친구들이랑 이 이야기 많이 했어요. 특성화고 나와서 중소기업 취직한 애들 이야기 들어보면 정말 그냥 학교와 사회가 사기라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아이들과 이야기하면 할수록 어른이어서 미안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특성화고 졸업생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았다. 

특성화고 아이들이랑 책이랑 맞지 않는다고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책은 대학 가려는 아이들이나 읽는 것은 아니잖아요. 평생 읽어야하는 건대... 그리고 왜 노력도 해보지 않고 공부 못하고 대학 안가는 애들은 책을 싫어한다고 단정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독서라고 이야기하면서 왜 특성화고 선생님들은 그런 이야기를 아무도 해주지 않으실까요? 대학 가는 아이들보다 빨리 사회에 나가면 그만큼 위험에 빨리 노출 되는데 예전에 선생님이 책을 읽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랑 같다고 했던 것 같은데 누구보다 사회에 대한 예방 주사가 필요한 것이 특성화고 아이들이잖아요. 그러니 꼭 필요해요! 만약 책을 싫어하니 안 될거라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아이들이 도서관에 온다. 시원해서, 와이파이가 잘되어서, 만화책이 있어서, 친구를 만나러, 봉사시간 받으러, 과제하러. 그리고 대한민국 학교는 100% 학교도서관을 설치되어 있다. 사서는커녕 도서관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학교들이 제법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을 떠나보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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