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를 소중히 노래로 담아낸 세 번째 공연

정가악회 공연 중에서

 

3년 전 정가악회가 은평의 상주예술단체로 주민합창단들과 은평의 중요한 이슈였던 재개발 소재로 공연을 처음 올린 공연은 충격이었다. 지역, 국악, 동네합창단 이 세 가지 키워드가 합쳐졌을 때 나왔던 기댓값을 완전히 초월한 공연이었다. 그 뒤로 정가악회 공연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러갔고 동네에 언제나 봐도 새롭고 즐기며 볼 수 있는 공연을 하는 데가 있다며 은평 사람이 아닌 지인들에게 자랑을 하곤 했다. 첫 공연 이후 정가악회는 은평에 빠르게 녹아 들었다. 단순히 머물다 갈 예술단체라는 느낌보다 ‘은평의 믿고 보는 정가악회’라는 이미지가 컸다. 

처음 재개발로 변해가는 마을을 담아냈을 때도, 작년 청소년 도서관 작공을 배경으로 학교 밖 아이들의 삶이 마을에서 어떻게 녹아들어 가는지 보여줬을 때도, 공연을 보고나면 단순히 “감동 받았어”라는 말로 정리 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안타까움, 슬플, 기쁨,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이 함께 일렁였다. 아마 우리 마을의 이야기여서 그랬지 싶다. 막연하게 먼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다가오는, 그래서 단순히 공연을 본 즐거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정가악회 공연. 그래서 이번 공연 테마가 노인, 치매와 관련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다. ‘아, 꼭 손수건 준비해야겠다.’ 

이번 공연 주제는 함께 늙어가기와 치매노인

3번 째 공연이고 ‘꿈꾸는 합창단’과도 손발을 맞춘 것이 여러 번이라 무대 위의 모습은 모든 게 자연스럽고 편했다. 어느 한 사람 연기하는 느낌보다 모두 즐기면서 공연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게 웃음을 이끌어내는 공연이었다. 처음 등장까지만. 

동화책 <파랑오리>는 아기 악어를 사랑으로 키운 파랑오리와 엄마라는 존재에서 아기가 돼버린 파랑오리를 보살피는 악어의 이야기다. 정가악회의 음악, 꿈꾸는 합창단의 노래,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음악극에 모두 무너져버렸다. 음악극이 시작하자 바로 눈물바다였다. 옆 자리 아저씨는 눈물이 살짝 부끄러웠는지 손으로 훔치지도 않고 가만히 줄줄 턱밑으로 흘려보냈다. 늙어가는 부모가 있는 자식들에겐 흘려보내기 힘든 이야기. 

동화책에서 파랑오리는 악어를 혼자 키웠다. 악어도 늙고 약해진 파랑오리를 혼자 보살폈다. 하지만 여기 은평에서 함께 늙어가고 함께 보살피는 길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음악을 넘어서 함께 세월을 보내는 친구들

은평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에 ‘꿈꾸는 합창단 a.k.a 꿈합’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싶다. 누군가 꿈합에 대해 ‘가장 완벽한 형태의 마을공동체’라고 말했다. 동의한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은평에서 가장 견고한 결합성을 띈 공동체가 되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모이는 합창단 연습. 연습이 끝나면 모이는 동네친구가 되어 서로 일상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번 정가악회 다큐멘터리 속에서 꿈꾸는 합창단의 김미영 단장은 “한 때 공동육아를 꿈꿨고 이제는 공동돌봄을 꿈꿔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 함께 늙어가는 방법을 찾는다. 한 때 마을의 키워드가 공동육아였다면 이제는 공동돌봄의 필요성을 느끼며 외로움 없는 노후를 꿈꾼다. 마을이 성장하고 있다. 마을 구성원들의 고민이 숙성되어간다. 깊어지는 고민과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지역에서 답을 찾고 있다. 지금부터 천천히 함께 가꾸는 힘을 기르다보면 더 이상 혼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있는 지역을, 우리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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