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전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김성복 작가 (사진: 사비나미술관)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영감은 어떤 것일까?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이 신년특별기획전으로 작가의 영감을 주제로 한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전을 오는 4월 25일까지 연다. 전시에는 21명의 작가가 창작에 영감을 주는 최초의 이미지를 발견한 생생한 순간을 공개하고 그 특별한 발견을 실행으로 옮겨 창작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세렌디피티는 ‘생각지 못한 귀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영국 작가 호레이스 월폴이 옛 페르시아 우화 ‘세렌디프의 세 왕자들’을 읽고 만들어낸 단어다. 사바나미술관은 작가들이 영감을 받은 최초의 이미지를 발견한 생생한 순간과 그 특별한 발견을 실행으로 옮겨 창의적 행위로 통합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Between Red>, 이세현 작가 (사진: 사비나미술관)

 

‘붉은 산수 작가’로 알려진 이세현 작가의 뜻밖의 발견은 1989년 군복무시절에서 비롯됐다. 당시 작가는 군사분계선(DMZ) 지역에서 야간보초 근무를 했는데 야간 근무 중에는 야간투시경을 사용했다. 이세현 작가는 “야간투시경을 통해 바라 본 DMZ 풍경은 녹색 한 가지 색으로만 물든 신비하고도 낯선 풍경이면서도 동시에 절대로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충경으로 다가왔다 ”고 말했다. 이세현 작가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개의 반대되는 감정이 투영되어 붉은 산수 연작으로 재창조 되었다.

손봉채 작가는 우연한 발견을 통해 커닝페이퍼를 예술로 탄생시켰다. 손 작가는 2000년도 대학 강사 시절 시험 감독으로 교실에 들어간 작가는 투명한 OHP 필름을 이용해 답안을 작성하던 학생의 커닝페이퍼를 압수하게 된다. 가져온 시험지와 필름을 책상에 놓고 채점을 하려고 펼치는 순간 글자가 겹쳐지며 생긴 잔상을 통해 입체 효과를 발견한다. 이를 통해 손봉채 작가는 자기만의 ‘입체회화’를 탄생시킨다. 손 작가의 작품은 물리적으로는 다섯 여개의 면으로 나누어지지만 개념적으로는 시공간을 나눠 시간과 역사를 겹겹이 만나볼 수 있다.

세렌디피티전 전시장 전경 (사진: 사비나미술관)

이외에도 전시회에는 강운, 김범수, 김성복, 김승영, 남경민, 베른트 할프헤르, 성동훈, 성봉채, 양대원, 유근택, 유현미, Mr. Serendipious(윤진섭), 이길래, 이명호, 이세현, 주도양, 최현주, 한기창, 함명수, 황인기, 홍순명 등 2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명옥 관장은 “전시는 21명의 작가가 창작에 영감을 주는 최초의 이미지를 어디에서 찾아냈고, 그런 뜻밖의 발견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됐는지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기획됐다”며 “그처럼 ‘뜻밖의 발견’을 창조물로 변형시킨 76점의 작품들은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는 물론 일반 관객에게도 미학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