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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바빠진다. 올 한해도 한 달 여밖에 남지 않았다. 김장에다 연말 모임, 그리고 지난 11월 2일 하기로 한 오카리나 연주회를 내년 1월 9일로 연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곡 선정 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 자꾸 바뀐다. 결정 장애 증상인지, 완벽하고 멋지게 하고 싶은 지나친 욕심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동안 실수의 경험이 결정의 두려움을 증폭시켰는지도 모른다.처음 결정한 곡은 초등생들도 좋아하는 아이콘의 였다. 그런데 랩 부분이 엄청 어렵다. 그 부분을 악기가 아니라 노래로 해 보려 해도 정확히 못 따라하겠다
문학은평
박영선
2019.04.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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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이현숙촛불이 꺼지는 그 날후회가 없기를지천명에 바라다처음으로 꽃잎이 찾아온 날커다란 교복을 입은우물쭈물 여중생,매캐한 최루탄 냄새에 훌쩍이다정신없이 흘려보낸대학 생활 4년,상사 눈치와거래처 등쌀을 피해자신 있게 선택한 결혼,기대와 다르게아무리 힘들어도 어렵사리 버텨낸아내, 엄마, 며느리 인생 25년,이제 다른 세상을 기대한다생의 촛불,고요히 타들어가기를 바라는어느 하루
문학은평
이현숙
2019.04.0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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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이문영“나 여기 있어!여기 있다고!”나는 아는데너는 모르는 세상몰라도 되는 세상모르고 싶은 세상나 여기 있다고 그만 소리치고너의 세상으로 유유히들어가고 싶었다.몰라도 되는, 그것이 권력인 세상엔식어빠진 피자도녹는 아이스크림도딸기 없는 딸기쨈도그리고...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눈물도없으니까디즈니랜드가 있고멋진 호텔과호텔 부페갓 짜낸 오렌지 쥬스에크렌베리와 딸기를 동시에 먹을 수 있으니까그리고...엄마와 아빠가아기를 안고 있으니까디즈니랜드 건너편무지개 끝네가 모르는 세상네가 몰라도 되는 세상에서너의 세상을 바라본다.
문학은평
이문영
2019.04.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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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불청객 김윤정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층지어 나온 흰 머리카락애써 감추었던 브라운 칼라를 밀어내고반갑지 않게 자리 잡았다미용실 가서 염색할까집에서 천연 헤나 할까가득 쌓아둔 멋내기 염색약애꿎은 서랍장만 여닫다궁상맞다 한소리 듣고단골미용실 가는 길달포마다 지난한 고민이 시작된다양무제 협박에 죽지 않으려하룻밤에 천자문 만들고첫닭 울자 백발된 주흥사차디찬 새벽 가르는 가쁜 숨소리주름진 손 깎지 낀 노인의 뒷모습밤새 늘어난 하얀 가르마골오버랩되는 나고향 마을 시골집갯내음 쫓아 한달음에 넘어선 툇마루흑발의 노인이 낯설다이마 위 깊은 주름
문학은평
김윤정
2019.04.01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