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겨울날, 지킴이를 하러 서울광장에 위치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습니다. 벌써 1년 가까이 서울시청 앞을 지키고 있는 분향소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춰 향을 피우고 고개를 숙여 추모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159명 희생자의 영정을 찬찬히 살펴보던 한 시민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어쩌니... 이렇다 다들 어린데..."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평균 나이는 27세. 전체 사망자 중 20대가 106명, 30대가 30명에 달했습니다. 청년들이 자주 모이는 이태원에서 벌어진 사고인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의문을 갖는 주제가 있습니다. 매년 산재로 인해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왜 정작 언론 보도가 되는 케이스는 몇 건 없을까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슈가 된 이후 산업재해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아졌다지만, 대다수의 보도는 사고 소식을 알리는 짤막한 단신에 그칠 뿐입니다. 어느 기업에서 어떤 산업재해가 발생했는지, 재해의 원인과 내용을 밝히는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0월 13일 새벽 배송 중 쓰러져 사망한 쿠팡 하청업체 택배노동자에 대한
정보공개 운동을 하면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분명 공개해야 하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이를 비공개 처리하거나, 공개 범위를 제멋대로 해석하여 좁히는 경우입니다. 더욱이,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 불복절차를 통해 공개해야 함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공개를 지연하는 사례 역시 빈번합니다. 2023년 4월, 대법원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의 예산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검찰은 한번에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계속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검찰은 판결이 내려진지 반년이 다 되어
정보공개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다 보면 '알권리'가 적용되는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 고민하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대중의 알권리'라는 핑계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도하는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경찰이 아직 공개 하지도 않은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보도하는 뉴스,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사고 피해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인터넷 언론 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아무리 공익적인 목적을 주장하더라도, 본질은 언론사의 이익을 위한 속보 경쟁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알권리'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디
몇 년 전 한 검사 출신 법조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정보공개와 기록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한다고 말했더니 그분은 검사들이 기록을 얼마나 엉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하더군요. 문서들이 노끈으로 묶인 채 지청 건물 복도와 창고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데 이 문서들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기록관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검사 본인이라서 혹시라도 문서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고 전전긍긍했다고 합니다. “검사라면 수많은 문서를 다루는 직업인데 왜 기록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 걸까?”라는 생
최근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정부가 '이태원 참사' 외국인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참사와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의료비 등 지원도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은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오스트리아 국적자 재외동포 고 김인홍씨의 누나 김나리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한국 정부는 외국인 피해자도 한국 국민에 준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장례비와 구호금을 지원한 것에 그쳤다. 한국에서 오스트리아로 시신을 이송하는 과정에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행정 절차가 있었음에도 이를 처리해주지도 않았고, 유가족에 대한 심리상담
#장면 1서울의 한 구의회 홈페이지에서 지방의원들의 프로필을 살펴보던 중 이런 문구를 발견했습니다.“해당 의원의 요청에 따라 해당 정보는 공개하지 않습니다”의원들의 학력과 경력, 수상내역 등을 공개하는 프로필 페이지인데, 학력만 공개하고 경력과 수상내역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의원의 요청으로 비공개’한다는 안내 문구를 써놓은 것입니다. 학력은 공개하지만, 경력과 수상내역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심리는 뭘까 생각해보게 됩니다.#장면 2어느 정부위원회의 위원 명단을 정보공개 청구했습니다. 위원들의 이름과 경력을 요청했습니다. 답변은 ‘부분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그녀가 말했다’는 2017년 헐리우드의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 사건을 파헤쳐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기자 메건 투히와 직장 내 성차별 문제를 오래 취재한 조디 캔터는 어느 날 헐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사실을 제보 받게 됩니다. 와인스틴에 대한 취재에 나선 두 기자는 곧 보도를 은폐하려는 압력에 직면하게 됩니다. 피해를 당했던 영화사 직원은 기밀유지 서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증언을 거절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낙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8일, 한 총리는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린 자리에서 “노조 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야 한다”, “노동조합 재정운영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조의 재정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앞으로 회계 자료 공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이미 노동조합의 재정 상황은 회계 감사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정부가 끼어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대통령실 집무실 수의계약 관
제가 일하고 있는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기업의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기업과 하청업체에서 일어났던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또 사망 사고가 일어났던 사업장에서 구인공고를 내면 산업재해 사망 사고 현황을 알리는 알람 메시지를 띄워주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웹사이트를 개발하면서 한편으로는 노동안전 분야의 여러 전문가와 활동가들을 만나 ‘산업재해와 알권리’라는 주제로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처음에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일어난 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론스타 관련인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렸던 10월 6일, 정무위 소속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론스타 관련해서 금융위원회에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론스타분쟁 대응 담당 사무관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외교 관계 사항에 해당한다며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했습니다.당장 오후에 론스타 관련 증인 신문을 해야 하는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요청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국감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오 의원은 "정보공개법은 국민이 자료를 요구할 때 적용되는 것이고, 국회 국정감사를
제가 일하는 정보공개센터는 2017년부터 뉴스타파, 함께하는시민행동, 세금도둑잡아라 등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예산 사용 내역을 분석하고, 문제가 있는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7월, 21대 국회의원들의 입법및정책개발비 내역 자료 열람과 스캔 작업을 위해 국회로 향했습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된 예산은 연간 1억원이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그 중에서 대략 4500만원 가량이 입법과 정책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으로 분류됩니다. 그 중에서 약 2
제9대 은평구의회가 출범했다. 정보공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번 대 은평구의회는 새롭게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지방의회의 투명성을 강화한 지방자치법 개정 그리고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으로 인해 의회가 새롭게 공개해야 할 정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하나 하나 살펴보자.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개정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의무로 정했다. (지방자치법 제26조) 또, 의원들의 겸직 신고 내역을 연 1회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의무화 했다. (지방자치법 제43조 4항)이렇게 지방자치법이 개
시민단체에서 활동 하다보면 공공기관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 받는 일들이 종종 생깁니다. 저는 정보공개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일하다보니, 정보공개심의회에 위원으로 참석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정보공개심의회란,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위원회로, 주로 정보공개 이의신청에 대해 심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느 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을 때, 1차적으로는 공공기관 담당자의 판단에 의해 공개 여부가 갈립니다. 만약 청구인이 그 결과에 납득하지 못해 이의신청을 할 경우, 정보공개심의회가 열려 해당 안건에 대해 심의해 공
지난 해, 정보공개센터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한국언론진흥재단을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소송의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정부광고 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이었습니다.모든 정부기관과 공공법인은 정부광고법에 따라 국내외 홍보 매체에 광고를 할 때 한국언론진흥재단을 거쳐야 합니다. 한마디로 광고주인 공공기관과 언론매체를 연결하면서, 언론매체에 관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컨설팅하는 역할을 맡는 것인데요, 따라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공공기관의 광고 내역을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재판에서 이겨서 받아낸 자료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은평구 주민으로 처음 맞이하는 지방선거라서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꼼꼼하게 어떤 후보자들이 나왔는지 살펴보고 있는데요, 서울시장, 서울교육감, 은평구청장, 서울시의원(지역구/비례대표), 은평구의원(지역구/비례대표)까지 무려 일곱장의 투표 용지를 손에 쥐게 된 만큼 살펴봐야 할 후보들도 너무나 많습니다.내 삶과 가장 밀접한 결정을 내릴 대표자들을 뽑는 선거인 만큼, 역시 어떤 정책과 공약을 내걸고 있는지 유권자의 눈으로 검증해봐야겠죠? 선거공보물이 도착하면 당연히 쭉 읽어봐야겠지만, 아쉽
지난 주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오는 일이 많지는 않은터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호기심 반 긴장 반(?)의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부 인사를 주고 받자마자, 아버지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내가 뉴스를 봤는데, 아니, 지방선거 후보자들 중에 왜 이렇게 전과자가 많아? 음주운전부터 해서 아주 심각하던데, 이래서 되겠어? 시민단체에서 이런 사람들은 선거 못나오게 좀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니?”예상 밖의 주제가 튀어나와 잠깐 당황했지만, 곧바로 어떤 이야기를
정부는 정책 결정과 사업 심의 등을 위해 매일 매일 수많은 회의를 엽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법률과 대통령령에 근거한 행정기관의 각종 위원회가 모두 622개에 달합니다.그 중에서는 기상관측표준화위원회(기상청)나 기계식주차장사고조사판정위원회(국토교통부) 처럼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위원회도 있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대통령 직속)나 4차산업혁명위원회(대통령 직속), 사면심사위원회(법무부)처럼 가끔씩 언론에 떠들썩하게 등장하는 위원회들도 있습니다.‘위원회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무슨 일만 생기면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거나 의장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대한민국 헌법 제50조 제1항의 내용입니다.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하고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의사공개의 원칙이라고도 하는데요, 이에 따라 국회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들은 그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으며 인터넷 영상 생중계도 직접 방청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그런데 그동안 이러한 의사공개의 원칙에서 단
한창 국정감사가 이어지던 2021년 10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국민의 힘 김성원 의원실에서 이런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횟수가 크게 늘어났고, 또 그 결과를 사업체에 통보하는 것을 넘어 별다른 기준 없이 언론 등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기업 망신주기’식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기업 망신주기’라는 표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보통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 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호통 치는’ 정치 쇼를 하면서 기업을 망신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