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여름이 기승을 부린다. 잠시 더위를 피해 동네도서관으로 대피 후 책을 그늘 삼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책장 사이를 기웃거리다 겨울엔 따스하고, 여름엔 시원한 마법의 단어 '시골'이 포함된 에세이 한 권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 by 박정미 작가 (출판사 스토리닷) 벌써 7년이나 됐다는 박정미 작가의 시골 생활기를 보면, 내 기억 속 고이 간직했지만, 어느새 흐릿해진 시골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겠다 싶어 집어 들었다.시골 책방 운영자 박정미대구 출신 처자가 연고도 없는 전라북도 순창군에 무작정 내려가 농사짓기
요즘 빠지지 않고 본방사수하고 있는 유일한 드라마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이다. 의사 친구 5인방의 보기 좋은 우정을 기반으로 병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삶과 죽음, 탄식과 절규가 어우러져 매회 진한 눈물을 뽑아내고 있다.생의 기억이 투병뿐인 자식을 끝내 잃는 엄마, 사고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딸을 마주하는 부모, 갑작스런 발병에 일생의 꿈이었던 직업을 포기하게 된 청년....... 다양한 아픔의 경로들은 그럼에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희망. 꿈을 잃어도, 딸을 잃어도, 오래도록 잡고 있던 세상의 끈을 놓아도
김이설 : 2006년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열세 살]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오늘처럼 고요히], 경장편소설 [나쁜 피], [환영], [선화] 등이 있다. 고요하고 예쁜 사랑을 하던 여자가 돌연 남자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으면서도 3년이 흐른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토록 사랑하는 이를 왜 제 손으로 밀어내야 했을까.아, 모처럼 고른 작품이 연애소설이라니…라며 낙담했으나 그래도 비교적 짧은 분량에 굳이 손에
정확히는 이 코너를 위해 세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읽고 싶었으나 언제나 대출 중이었던 ,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유혹적인 신예희-드렁큰에디터, 그리고 김연수의 신작 - 문학동네가 그것이다. 뒤의 두 권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오늘은 작년에 출간된 를 소개할까 한다.이 책은 각기 서른을 넘어 만난 사회 친구 둘이 오랜 탐색 끝에 함께 집을 구하고(사고) 가족이 되는 이야기이다. 패션 잡지 에디터로 유능하고 성실한 황선우와 카피라이터,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살면서 몇 개의 운동은 시도해본 바가 있다. 헬스, 수영, 살림의원 다짐운동... 그 외에 돈을 내고 한 운동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테니스, 탁구 등의 구기종목은 물론이고 그 흔한 요가, 발레(읭?)도 기웃거려 본 적이 없다. 본래 움짝거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다 사서하는 고생일 뿐인(나에게는) ‘운동’은 그냥 대놓고 싫어한다고 말한다. 대개 나와 같은 이들의 특징이 갈수록 여기저기 삐끗, 쪼꼼쪼꼼 나빠지는 부실 알알 부실(부실한 체력이 더욱 부실한 체력을 낳는다)의 소용돌이에 빠진다는 것이다. ‘김치냉장
책을 앞에 놓고 망설여졌다. 특별히 예민한 인권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도 이런 제목은 읽기도 전에 마음이 너무 힘들다.“한겨레 신문 탐사기획팀 소속 다섯 명의 기자가 달라붙어 알려지지 않았던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을 좇고, 가해자를 인터뷰하고, 피해 아동과 형제자매의 죽음을 겪은 ‘살아남은 아이들’을 만났다.”아이들이 어떻게 고통 받다 죽어갔는지를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또 다른 가학성을 일깨우지 않도록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이런 표현이 허용된다면) 담담하게 팩트를 전달하고자 노력했음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현재의 시공세계에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시간은 앞으로만 흐를 것이 분명하다. 쉬지 않고 시간이 멋대로 흘러가는 동안 우리 모두는 마치 덤처럼 나이라는 것을 먹게 된다. 누구도 그 당연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는 법, 해마다 나이를 먹고 노쇠해지다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는 순리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필경 우리는 우리가 머물던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마는 것이다.우리의 어쩔 수 없는 ‘사라짐’은 같지만 삶과 작별하는 모습은 모두 다르지 않을까. 지난 5월 출간된 올리버 색스의 는 그가 죽음
배경은 미래사회, 책이 태워지는 세상이다. 지나친 감성화로 인간의 정신을 병들게 하는 세균이 되어버린 책. 주인공 몬태그는 그 책을 태우는 방화수(fireman)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는 대신 거실에 설치된 여러 개의 TV를 보며, 귀에선 이어폰을 빼지 않는다. 가족 간의 대화는 사라지고 끝없이 가짜 정보, 혹은 쓸데없는 이야기들에 중독되어 생각에 잠길 틈을 주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동네에 특이한 소녀 클라리세가 나타난다. 그녀의 가족은 드물게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고, 걸어서 산책을 나가는 사람 들’이다. 골목에서
도박은 마약 이상의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강원랜드나 제주도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도박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진명의 는 카지노 세계에서 도박과 인생의 균형을 잡지 못한 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박으로 연을 맺은 스승과 제자가 혜성같이 카지노 세계에 등장해 기존 판을 뒤흔든다. 연인을 놓고 혈투를 벌이기도 하고 최정상급의 실력자가 도박으로 건곤일척 승부를 겨룬다.뻔한 소설적 구성임에도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요소가 가득하니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다. “맨션 식당은 물론 세계
작년 ‘알쓸신잡2’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은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한 일본 건축가의 이름을 방송 중 흘렸다. 안도 다다오. 1941년생 오사카 출생, 프로복서 출신으로 세계 각국을 여행하고, 독학으로 건축을 배워 ‘빛의 교회’, 불교사찰인 ‘혼푸쿠지 미즈미도’ 등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로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이란다. 1956년부터 세계 곳곳을 여행하던 전직 복서 안도는 도시와 건축의 매력에 빠진다. 특히, 프랑스 파리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1세기 이상 굳건히 서있는 건축물과 내부의 현대적 인테리어, 그리
오랜 시간 병으로 신음하던 아내를 간호하다 2007년 동반자살이란 극단적 방법을 택한 저자, 앙드레 고르는 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을 반추하다 죽음 직전에 발표한 책이기 때문일까요? 그가 택한 용어는 상당히 무겁고 어둡습니다. 부제는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로 시작합니다. 왜 일까요? 대규모 생산 이후 인류는 소비를 끊임없이 거듭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종속됐기 때문입니다. 생산과 판매를 통해 달콤한 이윤을 맛본 기업들은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지는 데 사활을 겁니다. 더 큰 이윤을 창출을 하는 가
2003년 8월 14일 오후 4시. 뜨거운 여름의 열기로 오하이오 북부의 송전선은 엿가락처럼 늘어나면서 합선되어 불꽃이 일면서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평소라면 전력 생산 업체의 제어실에 경보가 울려 기기 조작 담당자가 문제 발생 지역을 우회하여 전기를 공급하고 그동안 가설공이 물리적 보수 작업을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날 경보는 작동하지 않았다. 정전 사태는 단 8분 만에 미국 8개 주에 거주하는 4천 5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쳤다. 밤이 되자 대서양 연안을 오가는 항공 및 철도 여행이 전면 중단되었다. 2003년의 오하이오 대정전
‘견고하지만 취약하다(robust-yet fragile, RYF)라는 용어는 예상된 위험이 발생했을 때는 회복력(resilience)을 발휘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협에는 매우 취약한 복잡계(complex systems)를 묘사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공대의 존 도일 교수가 만들어낸 표현입니다. 묘목을 가꾸는 양묘장을 상상해보겠습니다. 수목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양묘장은 완벽하게 효율적인 시스템이나 화재와 같은 재앙에 취약합니다.불이 일단 나면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리죠. 그렇다면 수목 밀도가 매우 낮게 설계된 양묘장은 어떨까요? 화
12월의 밤을 만끽하고 계신가요? 천상을 빼곡하게 수놓은 달과 별들과 지상의 형형색색으로 뒤덮인 일루미네이션(조명) 사이의 공간, 그 곳을 가득 채웠던 얼어붙은 공기가 따스해지는 12월의 밤입니다. 나무나 건축물에 조명을 달아 장식하는 문화는 기독교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발명왕 에디슨이 전구를 대중화시키기 전 구미(歐美)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자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촛불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여 밤을 밝혔다고 하죠. 우리나라는 12월 25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불교와 유교 사상을
사람은 보통 존경, 애정, 감사와 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 물건을 건네줍니다. 우린 그것을 선물한다고 하죠. 최근 지인 분에게 책 한 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 선물에는 환경 이슈에 관심 있는 동네사람을 사귀게 되어 반갑고 친근하단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책 제목도 입니다. 알고 보니 연재 글을 엮어 출판한 책이었습니다. 친구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까요, 반말체 글이 생각보다 잘 읽혔습니다. 저자는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energy tr
안녕하세요. 은평구 갈현1동 주민, 김주영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부모님이 사다주신 한 무더기의 전래동화, 위인전 시리즈에 푹 빠졌었죠. 쉽고 재밌는 내용으로 입문했기 때문일까요, 책은 제게 단순한 라면받침, 머리받침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당시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책장 넘기던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습니다. 그세 독서 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언제라도 원하는 책을 집에서 받아보고, 두꺼운, 여러 권의 책도 이북(E-Book)에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책 접근성이 향상된 것이죠. 제 자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