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있는 두레생협’ 유정란 강좌 진행

"난 왜 13년 동안이나 생협살이를 해왔을까? 왜 은평두레생협 이사장을 맡게 되었을까?"

지난 7일 은평두레생협 생산자초청 강좌 ‘알아두면 쓸데있는 두레생협 유정란’ 강좌에서 만난 산안마을 전 대표 윤석열 선생님은 마치 그 해답을 알려주러 오신 것 같았다. 진관동에서 열리는 강의라 참석이 저조할까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삼십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띤 강의가 진행됐다. 

산안마을 사람들은 양계업을 위해 모인 게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 모여 양계를 선택했다고 한다. 

산안마을 양계장에서는 닭이 세상에 나온 지 120일 되면 알을 낳을 수 있지만 몸이 완숙한 후 낳을 수 있도록 일부러 산란 시기를 한 달 더 미루고 사료값보다 훨씬 비싼 목초를 직접 재배하는 곳으로 5만평 풀밭 가운데에 계사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계사는 지붕이 열려 햇빛을 온전히 받을 수 있어 소독을 해주고 해로운 미생물은 억제하며 이로운 미생물 살리며 깔짚은 깻묵 가루처럼 포슬포슬한데 발효된 깔짚을 먹으니 닭에 유기물질이 가득하다. 

또한 동물복지 인증 기준은 1㎡에 9마리지만 산안마을은 4.4마리여서 닭들은 서로 쪼거나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꼭 아이들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아이들은 햇빛을 받고 충분히 움직이고 좋은 환경에서 같이 사는 법을 배우면 서로 쪼고 올라타는 왕따놀이를 할 필요가 없다.

“산안마을은 4만수 닭을 키우며 하루 2만 개 달걀이 나오는데 생협에서도 110개 매장에 분배하는 것도 큰 일이”이라며 “모두 함께 번영한다는 사명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한다. 모두 함께 번영한다는 사명엔 사람만 들어있지 않다. ‘행복한 닭이 낳은 달걀을 먹어야 우리도 행복하지 않겠어요?’ 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생협은 삶의 방식이다. 더 좋은 달걀을 찾아가는 방법보다 반GMO운동에 참여하고 생협을 통해, 소비를 통해 먹거리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 것인가, 함께 번영하는 생협살이를 할 것인가?

대표님은 농약을 쓰지 않아 농약 이름도 모르겠다며 심지어 살충제 문제를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채소로 먹는 살충제 양이 더 많다는 것이다. 

살충제 사건이 났을 때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사람들은 과일에, 채소에 살충제, 제초제가 들어있다는 걸 전혀 몰랐을까? 매끈하고 싼 과일과 채소는 당연히 농약을 치고 화학비료를 듬뿍 주어서 매끈하고 큼직하고 싸다는 걸 정말 몰랐을까? 왜 이 사건에만 유독 민감한 걸까? 아, 유기축산 인증 달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었기 때문에 놀란 것일까?

대표님과의 이야기는 강의 후에도 이어졌다. “GMO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먹거리 운동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GMO, 방사능에서 이미 우린 자유로울 수 없다. 골라먹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생협은 같이 잘 사는 방법을 익히는 곳이지 완벽한 최고급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곳이 아니며 그런 먹거리를 제공할 방법도 없음을 강조했다. 

강의를 마칠 즈음, 내가 사람들에게 생협살이를 같이 하자며 생협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나만 좋은 거 먹고 건강해지자고 생협에 가입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생협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은 다양하지만 나는 먹거리를 통해 사회를 좋게 만드는 길을 택했음을, 그 길에 더 많은 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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