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이나 금요일은 어김없이. 월요일도 대체로. 늦은 점심시간이 되면 물푸레 마당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tv프로그램 ‘삼시세끼 산촌 편’처럼 여기저기서 얻은 반찬과 이동식 가스버너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10인분에 가까운 밥을 한다. 대가족 식사가 차려지면 카페 여기저기 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당 밥을 먹는다. 물푸레는 카페이다. 그러다보니 과연 카페 안에서 밥 냄새 김치냄새가 나도 될까? 하는 갈등을 많이 한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마당에서 밥 먹기인데 요리를 하다보면 저 멀리 버스정류장까지 냄새가 난다. 이제 날이 추워지니 마당에서 밥 먹는 것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푸레는 단순히 카페라고 하기에는 좀 복잡하다. 생활밀착형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면 조금 설명이 될 것 같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온갖 배움과 놀이와 모임이 뒤섞여 있다. 또 오전 오후 머무는 연령대도 천차만별이다. 고즈넉하던 카페가 오후가 되면 방과 후 아이들로 어느새 어린이 카페가 된다. 

물푸레가 문을 열기 전에 숲동이 놀이터를 할 때에는 엄마들이 도시락을 싸서 산으로 들로 다녔다. 추운 날 찬밥을 먹을 때도 있었고, 비가 보슬보슬 내릴 때도 있었다. 사서 고생이었다.  가끔 빈 공간을 찾아보아도 들썩이는 아이들과 엄마들을 환영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카페를 하게 되면서 숲동이네 한솥밥을 했다. 육아의 버거움에서 벗어난 언니들이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밥을 차려주었다. 물푸레 마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했다.  

물푸레가 마을기업이 되고 나서는 “엄마도 밥 좀 먹자” 밥푸레를 운영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밥 챙겨먹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일주일에 한번 오롯이 정성을 담은 밥을 차렸다. 카페는 불을 쓸 수 있는 부엌이 아니라 이동식 가스버너 두 개로 국도 끓이고 요리도 했다. 평소에 조용하던 마을이 그날만 되면 엄마들이 참 많이도 왔다. 카페 주변에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다. 전에는 동네에 식당도 있고 했는데, 지금은 비어있는 상가가 많다. 구파발상권이 발달하면서 모두 그쪽으로 나가거나 장사를 포기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목요일마다 팝업식당으로 ‘갓지은 건강밥상’을 하고 있다. 밥사업을 확장할까 싶다가도 일을 좀 해 본 어른들은 밥일 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몸 상한다고 아서라고 하신다.  

밥이란 무엇일까?

마을의 카페나 작은도서관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함께 먹을 밥이 참 중요하다. 밥공동체를 어떻게 꾸릴까? 밥계를 해야 할까? 공동부엌을 만들어야 할까? 식당을 차려야 하나? 

그러던 중  11월 6일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은평에서 ‘로컬과 전환’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분은 라다크의 문화가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것을 보고 ‘오래된 미래’를 썼고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최근에 ‘로컬의 미래’를 출간하였다. 가까이에서 호지의 메시지를 들으며 우리가 미뤄 왔던 막연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고, 에너지와 영감을 얻는 시간이었다.

그녀의 요점은 이렇다.  

• 생태계를 지속하기 위한 공동체 활동의 핵심적인 방법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제안한다.
• 가까이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먹자.
• 정치에 참여하자. 경제에 눈을 떠라. 
• 당장 분리수거를 잘하거나 절약한다던가 하는 생활 가까이 있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큰 그림을 보라. 
• 내 삶을 개선하고 동시에 인류의 전체와 생태계를 개선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지 고민하기를 바란다.

특히 음식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여성들이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공간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노래를 하고, 요가를 하고, 춤을 추고, 명상을 하라고 했다. 

함께 밥을 먹는 일.  
지속가능한 밥 공동체는 어떻게 가능할까?
외식문화가 만연한 지금, 우리는 어떻게 건강한 밥을 고민하며 헤쳐 나갈까?

돌이켜 보면 함께 먹은 밥의 힘으로 지난 10년을 꾸려왔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호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서  한 발 더 내딛을 용기를 얻었다.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울 만큼 열심히 은평에서 활동하시는 여러 분들이 함께 한 자리였다. 아마 다른 분들도 밥을 중심으로 한 로컬의 미래를 고민하였을 것이다. 은평은 이제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들어선 것 같다.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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